업종 및 기업상황에 따른 환율방어 전략

오세돈(MBA 43기, 현 금융컨설팅&솔루션 FMP㈜ 대표이사)

1. 수출기업은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라.

한 기업이 기업활동을 하다 보면 좋든 싫든 환율의 영향을 받게 된다. 원재료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되더라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편이 가격 면에서 유리할 때는 수입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위험에 노출된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원재료를 구매하고 국내시장에서만 영업하는 국내기업 A가 있다고 하자. 경쟁회사는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기업 B다. 이 경우 기업 A는 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을까? 대답은 ‘예’다. 왜냐하면 기업 B의 경우 생산원가가 1달러이고 기업 A는 1,050원이라고 하자(현재 환율은 1달러가 1,050원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 원으로 하락하면 기업 B는 원가절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국내기업 A는 점점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결국 국내기업 A도 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의 모든 기업이 환변동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환변동이 해당기업에 미치는 정도는 그 업종 및 경쟁 정도, 시장에서의 지위 정도 및 환노출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할수있고 그 정도에 따라 관리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2. 환차익이 많다고 환관리를 잘한 것은 아니다.

은행이야 금융환경도 비슷하고 비즈니스 구조도 비슷해 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다른 은행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기업은 무역업, 제조업에 따라 다르고 제조업이라 해도 건설업, 조선업 등 프로젝트성 수주사업과 계획생산 사업이 또 다르다. 수출 위주의 회사와 수입 위주의 회사, 외화 차입금이 높은 회사도 위험 유형을 달리한다. 즉 해당기업은 그 회사가 처한 환위험의 종류에 따라 그 위험을 정의하고 이를 측정하며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마다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환위험 관리는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실례로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몇몇 회사가 있다. 이 중 A, B기업은 환위험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위험관리 툴에 따라 환관리를 하는 반면, 다른 C, D 기업은 환 담당자의 환율 예측에 따라 적절히 관리한 결과 C, D기업의 환수익이 월등히 높았다. 그렇다면 시스템은 무용지물일까? 아니다. 우리가 여전히 잘못 생각하는 점은 환차익이 많으면 환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환차익이 많다는 것보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환차손익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일정범위 내로 통제하는 것이다. 한 해에 환차익이 많더라도 다음해에 환차손이 많고 해마다 환차손익이 들쭉날쭉 하다면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해당 기업의 업종 및 유형에 맞는 환위험 관리 체계를 정립하여 환변동 손익을 일정범위 내로 관리해야 한다.

3. 환관리는 회사의 장기경영 전략차원에서 접근해야

환위험 관리 체계는 회사의 이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예상 외의 환손실을 통제하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전사적 환위험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환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직, 시스템,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는 〈표 1〉과 같다. 프로세스의 핵심내용은 환손실 허용한도를 설정하고 환위험량이 이를 넘지 않도록 헤지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은 회계적으로 표시되는 Accounting Exposure(거래, 환산 익스포저)만을 중시하고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더 중요하게 기업의 장기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Economic Exposure라고 할 수 있다. Economic Exposure는 〈표 2〉와 같이 환율이 미래의 판매, 구매, 재무 거래 등에 영향을 미쳐 기업가치와 사업 경쟁력이 변하는 것을 뜻한다.

4. 업종 특성에 따라 환관리 전략 달리해야 한다.

어느 업종이든 네팅매칭 등 대내적 기법이나 헤지 등 대외적 기법(이상 재무적 관리)을 통해 환관리를 하기 전에 비재무적 관리(즉 영업관리 면)를 통해 환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영업에서 환노출을 축소시킬 수 있는 생산, 마케팅 전략과 재무관리를 통해 영업에서의 손익과 재무에서의 손익이 상쇄되는 Natural Hedge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 회사가 해당업종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고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면 향후 2~3년 후의 현금 흐름까지 염두에 둔 환관리 전략을 짜야 한다. 회사의 영업활동이 2~3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Pipe-Line 업종 : 전자 화학) 2~3년 후 의 계획 익스포져도 일정비율로 헤지에 들어가야 한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 및 조선업종 이 경우는 위와 같은 미래 익스포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업종들은 전형적인 경쟁입찰 수주에 따르므로 유찰 시 해당 익스포저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주확률에 근거하여 환 익스포저를 전체 계약 예상금액의 일정비율로 헤지하고 헤지 상품도 선물환이 아닌 Option on Option 등 복합파생 상품을 사용해야 한다. 즉,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는 수행 단계별로 리스크 유형이 서로 달라서 동일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적용하기가 곤란하여 진행 단계별로 환관리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정유업, 제분업 이 업종의 회사는 환율상승으로 원가상승 시 제품에 가격을 전가하여 환위험을 줄인다. 이와 같은 업종은 대체로 환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환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라면 그렇지 않은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으므로 환위험 관리는 중요한 경영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무역회사의 경우는 제조업과 달리 수입수출의 마진 환관리 프로세스에 집중해야 한다. 무역회사의 경우 발생 익스포저 건수는 많은 반면 수량은 작고 관련 부서가 매우 많아서 환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 이 경우에는 사내 선물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내 선물환은 자금팀 등 환관리 부서가 은행처럼 거래 상대방이 되어 일선 영업부서에서 환 익스포저 발생 시마다 사내 선물환 계약을 맺어 원가를 확정하여 안정적으로 영업활동에만 전념케 하고 자금팀은 사내 포지션을 매칭해 차액만 은행과 커버 거래함으로 써 환거래 비용을 절감하게 하는 제도다.

선박 및 항공사 이들은 운임 지급이 현금, 카드, 송금 등 다양하고 여러 나라에 걸쳐 있어 익스포져가 발생했을 때 즉시 파악할 수 없어 환관리에 애로사항이 많다. 이 경우에도 발생유형별로 표준 코드화하고 웹으로 환 포지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된다.

5. 각 기업이 처한 상황도 환관리 전략 시 고려해야 한다.

외화 차입금이 많은 경우 이 경우는 재무관리 차원에서 원화부채를 포함하여 환 및 금리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즉 통화별, 금리구성별, 차입기간별로 차입구조를 최적화하는 최적부채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비용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진일보한 관리형태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위험관리 시스템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위험관리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입기업인 경우 수출기업이든 수입기업이든 앞서 언급했듯이 영업차원에서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수입기업을 위한 환관리 기법으로는 환율 하락 위험에 대비하여 선물환을 매수하는 전략을 써야 하는데 이 경우에 사전에 환차손 허용한도를 정하고 환율변동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통해 헤지양을 결정하는 방법이 좋다.

수출기업인 경우 예를 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원재료를 조달하여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현지화 전략이 환위험을 감소시킨다. 다음으로 통화별로 수출 통화 내지 수입통화를 다양화하는 포트폴리오 통화구성이 환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수출통화로 수입하는 등 수출수입 통화를 거래량에서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원재료 전액을 수입하고 판매는 전액 원화인 발전가스업의 경우 환노출이 100%이다. 이 경우는 환 익스포저는 간단하지만 환위험은 100% 노출되어 위험하다. 이 경우 원재료 구매를 국내로 돌리거나 해외 수출선을 늘리도록 검토해야 한다. 환관리 기법으로는 환율 하락위 험에 대비하여 선물환을 매도한다.

6. 비즈니스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전략 도입하라.

교과서적인 환위험 관리 방안이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될 수 없는데 이는 회사가 처한 비즈니스 구조에 따라 환위험 발생 유형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사의 발생 환위험 유형을 정의하고 이에 맞는 위험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로써 예상 외의 재무손실에 따른 기업가치의 저하를 막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가져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