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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대학조직에 대한 두 연작 논문의 뒷 이야기 : 신동엽 교수 (매니지먼트 전공)
등록일: 2018-01-04  |  조회수: 1,132
  • 2007. “Inside the Iron Cage: Organizational Political Dynamics and Institutional Changes in Presidential Selection Systems in Korean Universities, 1985–2002”.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 2016. “Inside the Hybrid Iron Cage: Political Origins of Hybridization”. Organization Science

10년 간격으로 출간된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두 논문은 JYP식 표현으로 ‘재미 반, 압력 반’으로 쓴 것이다. 거시 조직이론 전공이지만 미시 조직행동론의 ‘내재적 동기’론을 신봉하는 필자는 연구나 강의, 외부 활동을 막론하고 재미가 없으면 도무지 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연구는 내재적 동기가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도학생들에게도 항상 재미있는 연구를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내재적 동기의 강조는 위험한 조언이 될 수도 있는데 어떤 일이든 전체 중 대부분은 재미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연구의 경우 연구설계와 이론전개는 흥미진진하나 데이터 수집이나 코딩은 수도승 같은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논문기고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복잡한 입력과 업로드 과정은 지겹기 짝이 없어서 업로드가 귀찮아 기고하지 않은 드래프트들이 꽤 쌓여있다.

내재적 동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채찍과 당근 같은 외재적 동기다. 그러나 돈 벌려면 논문 수 늘리라는 식의 교수성과급에 반대해 성명서도 쓰고 승봉제도를 거부하기도 했던 필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나 불이익 위협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유일하게 남는 것이 사회적 압력이다. 예를 들면, 제자의 교수직 지원을 위해 필요할 때 일단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해 재미에 상관없이 같이 논문을 쓸 때가 있다. 이럴 땐 지적 즐거움 보다 노동하듯이 사투를 벌인다.

대학에 대한 두 논문은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결합된 경우다. 시작은 필자가 ‘21세기 매니지먼트이론의 뉴패러다임’이라는 핸드북으로 출간된 컨퍼런스를 우리 대학에서 개최했던 2002년 초였다. 매년 Academy of Management 미팅에서 필자와 밤새 술마시는 모임에 이무원 교수, 서명구 교수와 함께 창립 멤버였고 당시 홍콩과기대 교수였던 오홍석 교수가 같은 학교 김태영 교수와 한국 대학에 대한 제도이론(institutional theory)적 연구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데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필자 보다 훨씬 탁월한 후배들과의 작업이니 멋져 보일 것 같은 외재적 동기도 있었고, 주제가 제도이론이니 Paul DiMaggio라는 제도이론의 대표 학자가 지도교수였던 필자로서는 강한 내재적 동기도 생겨서 기꺼이 참여했다. 연구과정에서도 필자는 내재적 동기에 가까운 부분을 담당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연구 세팅에 대한 기술 등 지난한 부분은 공저자들이 전담하고, 필자는 이론과 가설, 토론 등 재미있는 부분만 책임지는 분업구조였다.

연구목적은 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한국 대학의 총장선출제도 변화를 제도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기술적 효율성이 특정 조직형태의 확산을 결정한다는 기능주의적 주류 이론들과 달리, 1980년대 이래 조직이론을 중심으로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제도이론은 어떤 조직형태가 제도화되면(즉 구성원들에게 집단적으로 당연시되고 정당성을 가지면) 효율성과 상관없이 확산되고 지속된다고 본다. 제도이론은 특히 지배구조처럼 기술적 효율성이 모호한 대상의 확산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이다.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모든 대학의 총장선출제도는 정부(국공립)나 재단(사립)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임명제였다. 민주화와 함께 일부 대학이 교수들의 직접투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채택하기 시작했고 그후 다른 대학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다수 대학이 직선제로 전환한 것은 아니었고 대학별로 직선제 채택을 둘러싼 상황은 천차만별이었다. 시기별로 각 대학이 임명제를 버리고 직선제를 채택하는데 영향을 미친 제도적 요인들을 밝히는 것이 연구목적이었다. 하드데이터만 쓰는 거시 조직이론의 특성상 20년여년의 연구대상 기간 동안 전국 200여개 대학에서 매년 발생한 이벤트들에 대한 패널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고 심지어 매주 발간되는 대학신문들까지 20여년분을 다 읽는 지루한 데이터 작업을 공저자들이 담당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통계분석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제도이론적으로 예상했던 변수들은 대부분 유의하지 않았고, 직선제 채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요소는 국공립대학 여부(+), 교수평의회 존재여부(+), 학내분규 빈도(+)와 같은 통제변수 타입 변수들뿐이었다. 심지어 직선제를 반대하던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공립대학이 직선제를 채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상한 결과도 있었다. 그나마 제도이론과 통하는 결과는 직선제 채택률이 높아질수록 차기에 직선제를 채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베이스라인 모델 수준의 당연한 것뿐이었다. 그때까지 데이터와 씨름하는 동료들을 보며 유유자적하던 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고 싱겁기까지 한 결과를 그럴듯하게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필자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필자를 구해준 것은 1980년대 초 연세대 석사과정에서 공부했던 사회운동(social movement)이론이었다. 1980년대 초는 조직분야 학풍을 주도하던 오세철교수님이 맑시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여서 대학원 수업에서 Lukács나 Althusser, Gramsci, Habermas와 같은 급진 맑시즘과 뉴레프트 책들을 몰래 구해 읽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이런 글들은 필자가 느끼기에 과도하게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도 어렵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쉽게 공감이 가지도 않았다. 당시 시대상황에서 사회비판적 공부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은 가졌으나 급진 맑시즘과는 거리감을 느꼈던 필자가 발견한 것이 그때 막 발전하던 사회운동이론이었다. 사회운동이론은 1980년경 동시에 등장한 자원동원(resource mobilization)이론, 정치적 기회구조(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이론, 프레이밍(framing)이론간 경쟁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주류 사회이론과 달리 기능주의적이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행위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끌려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유학을 가면서 당시 Yale대학 조직분야의 주 관심사이던 제도이론, 네트워크이론, 조직경제학 등을 주로 공부한 결과 사회운동이론과는 멀어졌다. 그러다 1990년에 코스워크를 마친 후 논문자격 심사 요건 중 하나였던 소논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가져간 사회운동 책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이 소논문은 필자의 개인적 관심사였던 종교와 사회적 관심사였던 민주화운동을 연결시키려던 시도였는데, 민주화운동 참여와 체제순응이라는 두 가지 상호모순적 제도적 압력이 공존하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우리나라 3대 종교가 보인 서로 다른 행태와 결과를 분석했다. 제도이론과 사회운동이론을 연결시킨 이 논문은 Paul DiMaggio와 공동 지도교수였던 Charles Perrow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전시키라며 극찬해줬고 1991년에 American Sociological Association 미팅에서 조직분과 Thompson Outstanding Paper Award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회운동 같은 정치적 접근은 조직이론의 관심사가 아니어서 또 다시 잊어버렸다.

그런데 총장선출제도 연구의 애매한 실증분석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고심하던 필자에게 사회운동이론이 생각난 것이다. 사회운동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제도이론이나 다른 사회이론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그럴듯하게 의미부여가 됐고 일반적으로 통제변수로 취급될 변수들을 독립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교수평의회가 조직된 대학에서는 직선제를 채택할 확률이 높았는데, 공식적으로 조직화된 사회운동일수록 성공확률이 높다는 ‘자원동원’이론의 논리로 쉽게 해석되었다. 또 학내분규의 빈도가 직선제 채택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사회운동의 ‘분쟁적 정치(contentious politics)’이론으로 그럴듯한 논리를 가질 수 있었다. 해석이 가장 어려운 것은 직선제를 반대하는 정부의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공립대가 사립대학 보다 직선제 채택확률이 더 높다는 황당한 결과였다. 그러나 Charles Tilly나 Hanspeter Kriesi 등이 주장하는 ‘정치적 기회구조’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쉽게 해석되었다. 사회운동의 성공기회는 각 상황별 정치구조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 이론에서는 특히 변화에 반대하는 기득권 집단의 파워를 기회구조의 핵심 요소로 강조한다. 1987년 민주화와 함께 정부가 직접 통제를 철회한 국공립대학에는 직선제 채택에 반대할 강력한 기득권 집단이 없어진데 비해, 사립대학에서는 여전히 직선제를 반대하는 재단이 존재했기 때문에 국공립대학의 정치적 기회구조가 직선제 채택에 더 유리했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조절효과에서 직선제의 제도화 정도와 국공립대학 변수간 상호작용항도 유의했는데(+),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제도적 압력은 조직 내부에 그 효과를 상쇄(countervail)시킬 구체적 행위자가 없을 때는 더욱 증폭된다고 해석하였다.

이 논문은 탑저널인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게재되었는데, 트렌디한 제도이론 논문으로 포장했지만 실은 사회운동 논문이었다. 이 점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은 Paul DiMaggio였다.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기고하기 전 코멘트를 위해 DiMaggio에게 보냈을 때 그는 특유의 길고 과도한 극찬 후에 마지막에 하나의 질문을 던졌는데 ‘별로 제도적이지 않은(not so institutional) 현상을 설명하는데 왜 굳이 제도이론을 인용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존 제도이론은 특정 조직형태의 확산여부는 ‘조직필드(organizational field)’로 불리는 관련 조직들의 집단 수준에서의 제도화 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데 비해, 이 논문은 직선제 채택여부를 예측하는 요인들이 모두 조직수준 변수들이다. 따라서 논문제목을 제도이론의 대표 논문인 Paul DiMaggio와 Walter Powell의 1983년작 “Iron Cage Revisited”를 오마주 하여 “Inside the Iron Cage”로 정했다.

이 논문이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게재 확정된 즈음 대학총장선출제도는 예상과 달리 직선제로 수렴되지 않고 임명제와 직선제, 그리고 중간 형태인 간선제가 공존하는 형국이었다. 특히 간선제 채택이 급증하며 대세로 보였다. 뒷풀이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필자가 일부 제도이론가는 주도적 조직형태를 탈제도화(deinstitutionalization)시키는 대안이 항상 새로운 주도적 형태로 제도화되는 것은 아니라며 별도의 ‘재제도화(reinstitutionalization)’ 과정을 구분한다고 언급했다. 즉 직선제가 임명제를 탈제도화시켰지만 재제도화되지는 못하고 간선제로 재제도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성균관대로 귀국한 김태영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간선제로의 재제도화 연구를 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니 이번에도 이론부분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Michael Hannan에게서 훈련받은 조직생태학자 답게 김태영 교수는 초인적 인내력으로 또 다시 20여년간의 연구대상 기간에 대해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정교한 수준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런데 꿈에 부풀어 데이터를 분석한 김태영교수가 거의 우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분석결과가 너무 안 좋다는 것이었다. 일단 간선제 채택률이 예상 보다 너무 낮아 원래 의도처럼 ‘재제도화(reinstitutionalization)’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웠고, 그나마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는 첫번째 논문에서 직선제 채택에 유의했던 변수들이 그대로 방향만 반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뿐이었다. 유의한 상호작용항도 없어서 결국 교수평의회(-), 국공립(-), 학내분규(+) 등 세 가지 주효과 뿐이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재제도화이론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서 간선제를 혼합형(hybrid form)으로 보는 새로운 이론을 도입하기로 하고 김교수에게 몇 가지 추가 분석을 요청했다. 과거에는 모든 대학이 임명제였다가 일부가 직선제를 채택했는데 이런 대학들은 임명제 잔재와 직선제가 혼재해 혼합형인 간선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집단(hazard set)으로 볼 수 있으므로 표본을 직선제를 채택한 대학들로만 줄여달라고 했다. 또 전 논문에 이미 사용했던 국공립/사립 변수와 교수평의회 변수를 그대로 또 쓰는 것은 무리이므로 변수들을 하위범주로 좀더 세분화해 분석해보라고 했다. 교수평의회 변수에는 더 이상의 하위범주가 없으므로 국공립/사립변수를 세분화해 유의한 범주가 있는지를 검토해본 결과 가족재단 변수가 가능성이 보였다. 새로운 분석결과에 따르면 직선제를 채택한 대학들이 간선제로 또 바꿀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수평의회(-), 가족재단(+), 학내분규빈도(+)라는 세 변수였다. 그러나 독립변수 구성이 거의 똑 같으므로 지난 번과 같은 이론틀을 쓸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사회운동과 혼합형 조직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이론은 배경으로 돌리기로 했다. 최근 급증하는 이 주제 논문들은 혼합형이 복수의 순수형간 절충에서 나온다고 보고 혼합형을 초래하는 기술적, 경제적, 전략적 원천들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사회운동이론의 주 관심사인 정치적 요인들을 혼합형의 원천으로 본 연구는 없었다. 이전 논문과 유사한 결과를 전혀 다르게 이론화하기 위해 필자는 대립하는 집단들간 조직내 권력균형(power balance)이 혼합형을 채택할 확률을 높일 것이라는 대전제하에 기득권자(incumbents)집단과 도전자(challengers)집단간의 상대적 권력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국공립대학의 기득권자는 정부이고 사립대학에서는 재단이며, 도전자는 국공립과 사립 모두 교수들로 보았다. 기득권자인 정부나 재단은 순수 임명제를 선호한데 비해 도전자인 교수들은 순수 직선제를 선호했다. 표본이 일단 직선제를 채택한 대학들이므로 조직내 권력균형이 직선제를 선호하는 도전자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황이 전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첫번째 독립변수인 교수평의회의 효과에 대해서 직선제채택으로 이미 강해진 대학내 교수들의 권력이 교수평의회로 조직화되면 더욱 강화되어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순수형인 직선제를 고수할 것이기 때문에 혼합형을 채택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두번째 독립변수인 가족재단의 효과에 대해서는 ‘역할-행위자 이원론(role-actor duality)’을 활용하여 국공립, 기업재단, 장학재단, 종교재단 등 다양한 지배구조 중 담당자가 임기 동안만 일시적으로 기득권자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유형과 달리 가족재단은 혈통을 통해 담당자가 계승되기 때문에 기득권자(incumbents)의 역할에 훨씬 더 충실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따라서 교수들로 기울어졌던 권력관계를 상당 부분 재단쪽으로 되돌리게 되고 그 결과 권력균형에 의해 혼합형을 채택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세번째 독립변수인 학내분규도 그 전 논문에서 직선제채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사용되었으므로 새로운 이론을 동원해야 했다. 이를 위해 사회운동 연구에서도 간헐적으로만 언급되는 ‘대항운동(counter-movement)’이론을 활용했다. 즉 도전자인 교수들이 선호하는 직선제를 채택한 대학에서 총장선출제를 둘러싼 학내분규가 발생했다는 것은 직선제에 불만을 가진 집단 즉 기득권자인 정부나 재단이 강압적 조치를 취해서 분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기득권자들에 의한 강압적 조치는 도전자들의 직선제운동에 대한 반격 즉 ‘대항운동’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득권자들이 대항운동을 통해 도전자들로 기울어졌던 조직내 권력관계를 균형점으로 되돌린 대학에서는 혼합형인 간선제를 채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우에는 첫 번째 논문 보다도 실증분석의 결과가 더 약했기 때문에 이론이 확실하게 강해야 했다. 따라서 사회운동이론 이외에도 서로 상반되는 제도적 모형을 선호하는 집단들간 정치적 타협을 통해 새로운 모형을 도출하는 ‘제도적 합의(institutional settlement)’이론, 그리고 임명제나 직선제 같은 구체적 조직형태의 기반이 되는 권위주의나 민주주의 등의 논리나 가치관을 뜻하는 ‘제도적 논리(institutional logic)’이론 등 필자가 아는 모든 이론들을 총동원해야 했다. 이런 아슬아슬한 노력의 결과 다행스럽게 이 논문은 탑저널인 Organization Science에 게재되었다.

두 논문을 쓰며 다음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내재적 동기가 전부가 아니지만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 관심사와 연결된 연구를 해야 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관에 부딪혀도 뚫고 나갈 힘이 생긴다. 둘째, 깨달은 것은 이론의 힘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고 쉽게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필자는 실세계 조직경영을 자문하면서 이론이 너무 잘 맞는다는 사실에 놀란다. 방법론적 테크닉이 아무리 발전해도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론인 것 같다. 이론이 강하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분석결과라도 로버스트(robust)하기만 하면 이론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이론은 언제 어디서 써먹을지 모르므로 닥치는 대로 공부해놓는 것이 좋은데, 특히 현재 유행하는 이론들 보다는 근본적 통찰력, 즉 펀더멘탈을 다루는 순수 이론들을 많이 공부해놓으면 매우 유용하다. 1980년대 초 석사과정에서 경영학과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맑시즘과 사회운동 책들을 읽을 때는 실제 연구에 쓰일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나 예상치 않게 두 개의 탑저널 논문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유행하는 트렌드 보다는 펀더멘탈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대학 매니지먼트분야의 학풍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셋째, 이제는 학생들에게 주는 조언을 바꾸었다. 과거에는 무조건 재미있는 연구를 하라고 제자들을 윽박질렀으나 이제는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재미 반, 압력/실리 반”이면 충분히 괜찮은 연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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