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경영환경을 두 단어로 묘사한다면 아마도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제위기, 테러위협, 새로운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글로벌 경쟁자의 출현 등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경영자들은 최신 경영전략 기법에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영 패션을 주도하는 주된 용의자들은 컨설팅 회사, 비즈니스 스쿨, 그리고 소위 “경영 gurus” 라는 세 가지 비즈니스 전문가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창시자인 부르스 핸더슨 (Bruce Henderson)은 “우리의 본업은 경영자들에게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매우 강력한 개념들을 제공한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전문가들 집단이 개발한 기법들의 매력은 아마도 경영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단순성의 마력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즈니스 전문가들 집단의 기법들이 경영자들에게 어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영자들의 기본 본능인 욕심과 두려움에 호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비즈니스 전문가들 집단이 성공하고 싶어하는 경영자들의 욕심과 뒤쳐지기를 두려워하는 경영자들에게 약방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주지해야 할 일은 때로는 처방이 병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90년대에 있어서 경영의 최고 화두는 단연 BPR (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업무재설계) 이었다. BPR의 창시자인 제임스 캠피 (James Champy)와 마이클 해머 (Michael Hammer )는 조직을 세부적으로 나눈 후에 조직의 재결합을 통해 새로운 조직을 창출해 내는 것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재설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BPR은 단지 감원 (downsizing)의 완곡한 표현 정도로만 여겨지고 많은 기업들이 BPR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찰스 핸디 (Charles Handy )는 “BPR이라는 개념은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결국 조직원들의 몰입을 저해 할 뿐만 아니라 해고된 조직원이나 그렇지 않은 조직원들의 인생을 모두 파괴할 뿐이다”고 말하였다.

최근 들어서 블루오션전략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경영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블루오션전략이 불안한 경쟁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물론 블루오션전략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사고의 틀을 제공함으로써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제시한 경영전략 기법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의 과거와 현재의 역량을 무시한 채 새로운 시장으로 뛰어들게 되면 생각처럼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렵게 되는데, 이는 원숭이가 나무를 더 높이 올라 갈수록 엉덩이 (치부) 만 더 잘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전문가 집단들의 개념이나 기법들이 무용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최근에 작고하신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교수는 경영학에 많은 공헌을 했고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했음에는 틀임이 없다. 그러나 비즈니스 전문가 집단들이 그들의 기법들을 보편 타당한 해결책 (permanent solutions)으로 과대 포장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만병통치약 (panacea)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수용하면 오히려 감당하지 못 할 판도라상자 (pandora’s box)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영이라는 것은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지 않더라도 과학 (science)이라기 보다는 기술 (art)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전문가집단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경영자들의 영감을 연마시키는데 사용되어야지 영감을 교체하는데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생무살인의 말처럼 선무당이 계속해서 사람을 잡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