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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전기’와 ‘물’로 인류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들고 싶다”
                        - 박지원 (경영 84, 두산중공업 CEO)

인간 생활에서 공기만큼 중요한 것이 ‘전기(power)’와 ‘물(water)’이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기업, 두산중공업의 CEO인 박지원 동문을 만나 그가 말하는 인재상, 가치관, 사명의식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는 이번 학기 연세대 경영대학 ‘연경리더스포럼’ 수업의 첫 연사로 나섰으며,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중공업 분야에 대한 고찰과 분석을 도와 줄 멘토이기도 하다.

  • 두산의 기업광고 “사람이 미래다”라는 카피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두산그룹에 대한 선호 이미지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재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두산중공업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시는지요?
  • 두산이 인재 선발이나 육성 측면에서 국내 타 기업들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기본적인 HR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두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HR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탑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가 국내 어느 기업보다 인재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두산에서는 채용시즌이 시작되면 박용만 회장님과 저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들이 대학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석합니다. 또한 리크루팅 부스를 만드는 것부터 서류전형, 실무면접 등 채용의 전 과정을 HR 부서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 부서가 관심을 갖고 모두가 동참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CEO를 비롯한 임원, 팀장들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활용하고, 고민하였는가 하는 점을 그 어느 기업보다 중시하고 있고, 이것이 두산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직접 대학 캠퍼스를 방문한다니 우수 인재 확보에 대한 의지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동문님이 생각하고 있는 인재상과 인재의 자질은 무엇인지요?
  •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은 크게 개인의 역량(Skill)과 마인드셋(Mind-set)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역량(Skill) 측면을 살펴보면, 두산중공업의 경우 엔지니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문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갖고 있는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공분야 지식 못지 않게 회사가 전체적으로 어떠한 시스템으로 경영되고 있는지, 본인의 업무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 졸업생은 비즈니스 간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지만, 경영학 공부를 하지 않은 공과대학 전공자는 본인의 기술설계 업무와 회사의 매출액이나 이익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 외에도 회사 입사 후 트레이닝을 거쳐서 습득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는 곧 회사의 역량이며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학부 때 50페이지가 넘는 스토리를 1페이지로 요약하는 등의 훈련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마인드셋 측면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는 열정인데, 이는 곧 오너십(Ownership)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열정과 오너십 유무는 성과(Performance)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유연한 사고 방식입니다. 두산은 1990년대 이후부터 M&A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를 많이 겪었는데, 해외 법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현지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강점을 흡수해 내면화시키는 유연한 사고와 융통성 있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Out of box thinking입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기술적인 자립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R&D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산은 R&D도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해외 기업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 기업은 경영자의 선택과 판단에 따라 흥할 수도 또는 망할 수도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지난 IMF 이후 드라마틱한 구조조정을 통해 소비재 위주의 사업에서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 인프라 지원 사업)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공업 그룹으로 성공적으로 변환하였습니다.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의 기로에서 어떤 가치나 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의사결정에는 다양한 수준의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할 때, 얼마나 정량화해서 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Key)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경영자로서 예측 가능하도록 계량화, 정량화해서 감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감수(Risk-taking)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영자는 결국 주주들의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책임이 있는 존재이므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정량화해서 가시적으로 만들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인수를 하거나 투자를 할 경우에 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위험을 정량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Principle)을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수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정도와 금액의 범위를 먼저 정한 후, 아무리 탐이 나는 기업이 있더라도 우리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인수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인수 이후에도 적용되는데, 모회사가 지켜야 할 가치(Value)와 원칙(Principle)을 인수한 회사에 전파합니다. 이것은 두산그룹의 기업 정신을 전파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두산중공업의 CEO, 두산그룹의 COO로서 막중한 책임과 함께 부담 또한 느끼실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재충전하기 위한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요?
  • 주말에 골프 등의 스포츠를 즐깁니다. 저의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비행기 안에서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면 유독 잠을 잘 못 자는데 이 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합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기다 보면 평소 바쁜 일상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도 떠올릴 수 있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행기에서 숙면을 많이 취하진 못하지만, 체력이 좋은 편이라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서도 시차 적응을 잘하는 편입니다.(웃음)
  • 연세대 경영대학은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도 인문학의 중요성이 집중 조명되고 있구요. 실제 기업활동에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는 회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각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처럼 해외 법인들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는 다른 나라의 문화 및 역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외 법인을 인수하고 나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유기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때 그 나라 문화, 역사, 철학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다면 일의 과정은 물론 성과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동문님은 2010년 12월 모교 신경영관 건축을 위해 5억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기부하시게 된 동기와 신경영관 건축에 거는 동문님의 기대와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러한 기부 문화는 외국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모교에 기부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는, 요즘 고려대학교를 보면 기업인 출신들이 굉장히 많고 기부도 많이 하고 있어, 이 상태로 가면 나중에는 뒤집어질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모교에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길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들을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수준도 미국의 탑 스쿨과 동등한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발전하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교수진과 인프라 시설입니다. 따라서 등록금 이외에도 졸업생들의 후원이 있어야 학교가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경영대학이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스쿨의 입지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과 세계적 기준에 맞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학교에 들어오는 자금을 하드웨어적인 곳 이외에도 훌륭한 교수진의 영입과 같이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대학교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 특이했던 경험과 활동 등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젊은 후배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과 꼭 경험했으면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지요? 그리고 미래의 경영자를 꿈꾸는 연대 경영대학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 외에도 사회생활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실례로, 두산중공업에서 인턴과정을 거친 학생들을 인터뷰해보면 인턴 경험이 없는 학생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학년부터 본인이 가고 싶은 산업에 대해서는 인턴과정과 같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고,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행 등을 통해 해외경험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때 혹은 휴학을 하고 해외를 다녀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여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유럽같은 경우 배낭여행으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나라 수만 늘려서 관광을 하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을 한 나라에서 머무르는 것이, 나중에 그 나라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됩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 생활방식 등에 익숙해지는 생소한 경험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위한 자질을 쌓는 것은 단순히 스펙이 아니라 소양을 기른다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서비스 산업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사회이므로 컨설팅, 회계사, IB 쪽으로만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산업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그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 산업과 수요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궁극적으로는 제조업 등의 Industry 쪽으로 와서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경영대학에서는 멘토링프로그램 등을 위해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동문님께서는 학부 시절 또는 사회에서 멘토가 있었다면 어떻게 찾았고 어떤 가르침을 얻으셨는지요?
  • 제 삶에 있어 가장 큰 멘토는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님입니다.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여러 기회를 주신 분이 바로 회장님인데, 개인적으로 다소 생소한 산업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인수 후 합병 과정을 부딪히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결국 어떤 일이든 직접 경험하는 것이 사람을 육성하는 데에도 매우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즉,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있어 본인이 해 온 업무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업무를 통해 실수도 해보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두산중공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 등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발전(Power)과 물(Water) 산업이 두산중공업의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입니다. 매출규모나 기술역량으로 봤을 때 조만간 Global Top-tier 수준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전략적으로 인수한 영국의 두산밥콕, 체코의 스코다 파워에 대한 통합과정(PMI)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4~5년간 제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Water 산업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하고 있는 해수 담수화 분야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1등이지만, 전체 Water 시장을 놓고 보면 해수 담수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고 아
직 접근하지 않은 시장도 매우 많습니다. 따라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전체 물 산업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해수 담수화 외에 ‘Water Reuse’ 같은 수처리 사업 분야 진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Copy를 내세운 두산중공업 광고는 초기 단계부터 제가 함께 참여해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인류는 필연적으로 전기와 물이 필요하므로 이와 관련된 사업을 통해 인류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도 두산만의 기술로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이와 같은 사명(Mission)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오늘도 이러한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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