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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격변하는 환경에서는 전환 능력이 중시된다 – 장대련 교수(연세대 경영대학 마케팅 전공)

장대련 교수최근 본인은북유럽에 위치한핀란드에아주 오래간만에 연세대 EMBA(Executive MBA) 학생들과견학차원에서다녀왔다. 20여년 전 나는핀란드의헬싱키경영대학원에서MBA 또는 EMBA 학생들에게 마케팅을 강의한 바 있다. 그 당시 여러 추억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 하나만을 얘기한다면 내수업을수강한한경영자의자기 소개이다. 그는 내가 그 때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그 기업의 이름은 바로 노키아(Nokia)였다. 노키아는 산업용(B2B) 제품 위주로 사업을 당시 전문하고 있었는데 그 수강생은 앞으로 조금 모험이지만 성장을 위해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통신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당차게 설명했다. 이처럼 노키아는 불과 20년 전에 거의 백지 상태에서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 들어갔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을 석권했다. 나는 노키아가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노키아경영자의 말을 듣고 노키아 주식을미리 많이 사 두지 않았던 것을 속으로 후회했다.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노키아의 결말은 결코 좋지 않았다. 즉혜성처럼 나타난 스마트폰의돌풍으로야기된 노키아의몰락은성공시간보다훨씬 짧은기간내에이뤄졌다. 그 전부터 노키아의 벤치마킹을 위해 핀란드에 다시 가야하겠다고 결심한 본인은 결국 그 방문의 취지가 그 기업이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같은 실패를 모면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말았다.

노키아의 사례는 지금 우리가 사는세상의 가장 중요한 현상인 갑작스러운 변화, 이른바 트랜스(Trans)의 모습과 그 여파를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의 어원은 라틴어인데 전환, 교차, 초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시대(Trans Age)는 바로 여러 방면의 변화로 인하여 기존 사업과 업무가 전환, 교차 또는 초월될 수 있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노키아처럼안전하게 성공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갑자기 그 방향이 새로운 대세에 어긋났을 때 큰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 경영자들은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의 필요성을 많이 외친다. 대략 그 시스템의 일환으로 정형화된 운영방식, 지속적인 조직학습, 그리고 획일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노키아를 비롯한 시대 변화에 밀린 기업들은 어느 순간까지는 시스템을 잘 갖췄을 것이다. 그들 실패의 원인은 시스템의 부재 보다는 있는 시스템에 대한 과신과 경직성에서 야기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확고한 시스템이 없다고 걱정하는 경영자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격변하는 환경에서는 시시각각으로 상황에 맞게 변할 수 있는 조직이 나을 수 있다. 때문에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은 그러한 적응력과 순발력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 능력이 바로 전환성(transformability)인데, 트랜스포머 영화의 로봇들이 비행기에서 즉시 스포츠카로 쉽게 전환하듯이 기업도 여러 업종, 국가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보여주는 모습을 거침 없이 바꿔야한다는 뜻이다.

핀란드를 다시 방문하면서 옛날에 강의할 때 정들었던 그 나라사람들이 혹시라도 패배의식에 휩싸여 있을까 바본인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다행이 내 우려를무색하게 한 것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투철한 국가적 회복성(resilience)이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은노키아에서 퇴사한 수 천명의 임직원들이 수 백 개의 중견 또는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로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노키아에서 얻은 경영노하우와 지혜를 저변확대하고 있다고 하던데 대표 성공사례가 Angry Bird 게임을 만든 Rovio이었다. 또한 핀란드는 고등교육의 전환성 차원에서 각각 100년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3개의 유명한 경영, 디자인, 기술 대학을 합병시켜서 Aalto대학을 2010에 출범시켰다. 고등 교육에서도 학제간 벽을 트고 융합적인 안목을 젊었을 때부터 키우기 위해서 도입한 과감한 시도이다. 이 나라는 이처럼 전환성의 개념을 국가적으로 수용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자칫하면 혼란과 좌절감에 빠질 수 있었던 자신들의 최대 기업의 쇠락은 그들에게는 확실한 약이 됐다고 보여졌다.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성공을 많이 강요하고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는 둘 다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속가능성을 꾀하는 사회로 발돋움하려면 성공이던 실패이던 결과 보다 그 학습과정과 전환성을더 중시하는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

위 칼럼은 출판예정인「Trans Book, Trans Age」(장동련, 장대련 공저, 이야기나무)의 서문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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