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호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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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삶의 정답 – 정예림 교수(연세대 경영대학 경영과학 전공)

정예림 교수요즘 어느 자리를 가더라도 “응답하라, 1994”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우리 모두가 경험했을 법한 한참 풋풋했던 나이의 이야기들이, 그리고 힘겨웠던 고민들이, 익숙한 추억 속의 장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바쁜 일상에 찌들어 뒤돌아 보지 않았던, 이제는 너무나 까마득한 지난 날이 되어버린 스무 살의 우리. 응사는 서리 낀 주점의 유리창같이 아련하게 우리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스무 살, 어긋나버린 짝사랑의 작대기가 할퀴고 간 상처도 아팠지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것이라는 불안감,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 때는 너무나 무거웠다.

나는 조합최적화의 역문제(Inverse Combinatorial Optimization)를 연구한다. 조합최적화 문제가 일반적인 최적화 문제와 다른 점은 솔루션이 유한 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솔루션의 개수가 유한하다는 말에 사람들은 흔히들 조합최적화 문제가 일반 최적화 문제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한 개의 실현가능한 해를 갖는 정수계획법이 무한 개의 해를 갖는 선형계획법보다 더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유로 조합최적화 문제는 어려운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대부분의 조합최적화 문제의 최적해는 모든 가능해를 비교해보지 않고서는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역최적화(Inverse Optimization)는, 어떤 최적화 문제에 대한 임의의 해가 주어졌을 때, 그해가 해당 문제를 설명하는 모형 안에서 최적이 되도록, 그 모형을 구성하는파라미터 값들을 조정하는 문제로, 실제 값에 가까운 모형 파라미터 추정치를 찾아내고 더 나아가 좀 더 설명력이 있는 수리모형을 설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최적화의 신생 이론이다.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대신,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답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문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역최적화는 여러 연구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조합최적화 문제와 비슷한 것 같다. 그 문제가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거친다.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들을 성심 성의껏 마련해낸다. 그리고, 찾아낸 해결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면서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일단락한다.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을 때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선택의 폭이 좁혀졌을 때 비로서 안도감을 느끼지만, 가능한 길을 모두 걸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순간은 찾아오고, 우리는 그 때마다 최선인지 아닌지 모를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부딪힌 문제가 어렵고 막연할수록, 역최적화는 최선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불완전한 현재의 선택을 인정하고 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선택한 답이 최선이 되도록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변화시키는 기술.
생각해보면, 우리의 선택들이 최선이었는지는 알 수도 없고 또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비록 미숙하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게 하는 용기,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 응사를 보다가 마음에 와 닿는 나레이션 구절이 있어 적어본다.역최적화를 설명하기에도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라 마음이 흡족하다.

“그 어떤 길을 택하더라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는 법이고 삶에 정답이란 없는 법이다. 선택한 길이 정답이라 믿고 정답으로 만들어가면 그만이다. 내 지난 선택들을 후회 없이 믿고 살아가는 것, 그게 삶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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