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호 뉴스레터]
[봄]
연세대 MBA에 대한 소고 - 최순규 교수

김성문 교수학생이나 외부 인사를 만나면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교수님 요새 무슨 연구하십니까?”이다. 예전에는 요즘에 쓰고 있거나 계획 중인 논문의 내용을 대답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그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궁색해서 곧잘 “연세 MBA 경영전략을 연구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 대답을 하면 상대방에게 어쩐지 우리 대학이 MBA의 발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고, 또 MBA 운영교수로서 행정에 바빠서 연구를 소홀히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변명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MBA는 정말로 세계 유수의 대학들 간에 뜨거운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이다. 교수, 학생, 교육과정의 국제화가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고, 대학 간 국제적 제휴도 빈번하다. 미국이 주도하던 MBA 시장을 유럽과 아시아의 신흥 MBA 프로그램들이 위협하고 있으며,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은 교육과 취업지원에 대해서 기업수준의 높은 서비스를 요구한다. 더욱이 MBA에 대한 언론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그러한 MBA 시장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간 MBA 과정을 운영했던 것이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 원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 간 MBA 과정의 운영에 참여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애물은 MBA 교육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의 부재였다. MBA 프로그램의 운영은 글로벌 기업과 같은 수준의 높은 전략적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국내외 MBA 교육시장의 변화를 미리 읽고 대비할 수 있는 비전과 목표 설정. 경쟁대학들과 차별화를 위한 경쟁우위 확보. MBA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서비스 개발, 명문 해외 MBA 프로그램들과의 선점적인 전략적 제휴 등. 학부 중심으로 편성된 기존의 경영대학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전문적 인력의 부재였다. 세계적 MBA의 육성을 표방하면서도 영어 홈페이지 하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없었으며, 국제교류, 학생관리, 취업지원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직원들도 턱 없이 부족하였다. 그 결과 그나마 확보된 소수 직원들이 거의 밤을 새다시피 일을 해야만 했으며, MBA 운영교수들도 강의와 연구를 뒷전에 두고 행정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MBA 프로그램에 많은 전문적 지원인력이 필요한가를 대학 본부나 경영대 다른 구성원들에게 납득시키기가 어려웠다.

MBA 학생들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의 결여도 큰 문제였다. 너무 오랜 기간 경쟁이 적은 학부 중심의 교육을 해와서 인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학교 정책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사고가 뿌리 깊었다. 그 결과 개강 후 강의방식, 시설, 주차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 MBA 학생들이 불만을 토해내자, 복잡한 학교 행정 시스템과 지원인력의 부족을 탓하면서 차라리 귀를 막아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부원장을 비롯한 여러 운영교수들, 그리고 담당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 연세 MBA는 이러한 난관들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프로그램 구조와 내용을 크게 혁신하고, 외국인 저명교수 초빙, 해외 대학들과 교류협정 확대 등을 통한 프로그램의 국제화가 본격화 되었다. 또한 우수한 지원인력들이 보강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도 크게 개선되었다. 더욱이 다행인 것은 경영대학 교수들이 MBA 과정을 학부과정과 다르게 운영하여야 하며, 또한 경영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MBA 과정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크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관리와 통제 위주로 편성된 연세대학교의 행정시스템은 MBA 프로그램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국민들의 대학입시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인하여, 연세대는 기본적으로 입시에서 착오와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관료적 시스템 하에서는 MBA 프로그램의 운영주체인 경영전문대학원에게 교육운영, 직원인사, 재정 등에 있어서 충분한 경영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공무원과 같이 연공서열에 근간하여 이루어지는 보수적인 인사정책 때문에, 우수한 전문성있는 MBA 지원인력들을 확보하고 육성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연세대 MBA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는 연세대 의과대학 의료원의 경우와 비슷하게 완전히 자율적 책임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학 본부 및 구성원들에게 경영전문대학원이 MBA 교육시장에서 처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상황을 명확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오늘날 MBA 프로그램은 철저히 고객지향적으로 운영되도록 요구 받고 있다. Chicago 경영대학원 학장은 매주 MBA 학생들과 조찬모임을 하면서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Yale과 Columbia MBA 프로그램에서는 수업 시간에 공부한 경영사례의 대상이 되었던 기업의 CEO가 갑자기 등장하여 특강을 하고 학생들과 즉석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앞으로 수요자인 학생과 기업의 요구에 이처럼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MBA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MBA 교육에 대한 시장의 높은 요구를 인식하여, 이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연세대 MBA가 앞으로 어떻게 실용성있는 교육을 통하여 기업과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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