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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격려의 힘: "I know you can do better!" - 박선주 교수 (OR 전공)

박선주 교수나는 모든 사람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누구에게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권리가 있고, 현재보다 멋진 미래를 살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논리학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유의어반복(tautology)가 아닌 이상에야 지나치게 단정적인 말은 참(true)인 명제가 될 수 없으므로, 수식어구(qualifier)를 동원하여 내가 참으로 믿는 것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마 대충 다음과 같지 않나 싶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무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한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경우에) 믿는다."

이런 나의 소박한 믿음은 내가 교수직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학생들에게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에, 나는 학생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I know you can do better."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은 (거의 매 번) 요술처럼 효과를 발휘한다.

사실 "I know you can do better."라는 말은 내가 만든 문구가 아니다. '마지막 강의'에서 랜디 포시 교수가 한 말이다. 포시 교수가 CMU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아트를 통합한 새 교과목을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첫 프로젝트 숙제에서 포시 교수가 생각했던 기말 프로젝트 수준 정도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포시 교수는 본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부님, 모든 학생들이 A 학점 수준의 기말 프로젝트 결과물을 첫 2주 만에 들고 왔습니다.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물었다. 지도교수는 몇 분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시오. '너희들이 참 잘 했구나. But I know you can do better.'" 포시 교수는 다음 주에 학생들을 만나 지도교수가 일러준 대로 말했고, 실제로 학기말이 되자 포시 교수가 상상조차 못했던 수준의 작품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지난 학기 '경영시뮬레이션' 학부 수업에서는 수강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미국 시뮬레이션 경진대회 문제를 푸는 프로젝트를 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여기서 '수월'이란, 경진대회에 출품할 수준의 결과물이 한 학기 프로젝트로 나온다는 뜻이고, 학생들에게는 프로젝트에 깔리는 초주검 상황을 말한다.) 중간발표를 들은 후, 나는 지난 4년간 진행된 수업 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중간 결과를 가져온 학생들에게 포시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I know you can do better."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내 기대보다 훨씬 열심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근사한 결과물을 제출했다.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 3명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올 봄에 열리는 한국시뮬레이션 경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겨울방학 내내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짜고, 통계분석을 돌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아마 날밤을 새면서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지?' 하며 후회한 적도 있었겠지만, 그 3명의 학생은 이제 박사과정 조교보다 더 시뮬레이션을 잘 이해하며, 실무에 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나는 "I know you can do better."라는 말에 담겨있는 격려의 힘을 믿는다. 사실, 표현 자체야 진부하고, 게다가 느끼하지 않은가? (정색을 하고 학생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천천히 말하면, 느끼함이 곱절로 는다.) 격려의 힘은, 말의 유려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숨어있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까지 지속된다.

학생들에게서만 그 예를 찾을 필요도 없다. 미국 Rutgers대학의 조교수가 되어 가르친 첫 수업의 강의평가에서 나는 "Dr. Park is nicer than my kindergarten teacher." 라는 평을 받았다. 영어도 좀 부족하고, 전달력도 좀 부족하고,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좀 부족했을, 초년병 외국인 여자 교수에게서 영어 말고, 전달력 말고, 카리스마도 뺀, 다른 부분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한 학생의 작은 격려였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격려의 말은, 학생들에게 실망하거나 화가 난 순간의 나를 kindergarten teacher보다 이해심 깊고 친절한 교수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이번 학기에도 난 수 많은 학생들을 만날 것이고,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느끼한) 격려의 말을 (별로 쑥스러워 할 필요 없이) 전할 수 있는 교수란, 참으로 즐거운 직업이다. 첫 교단에 섰던 나에게 보내준 학생의 따뜻한 한마디를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다시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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