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호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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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IFRS와 기업윤리
                       - 김지홍 교수 (연세대 경영대 회계 전공)

김지홍 교수우리나라는 기업의 투명성이 낮은 나라로 분류된다. 외환위기 이후에 많은 제도개선을 이루어 왔지만 아직도 선진국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을 제치고 가장 먼저 IFRS(국제회계기준)를 도입하였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왜 그럴까?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윤리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분식회계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회사가 어려우면 적당히 회계장부를 고쳐서라도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분식회계가 그다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회계장부를 분식한 회사에 대한 처벌도 매우 약하다.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2001년 엔론사가 대형 분식회계로 적발되었을 때 온 나라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을 정도로 큰 충격에 휩싸였고, 엔론의 CEO였던 Jeffrey Skilling은 24년 4개월 징역형과 4천5백만불의 벌금형을 선고를 받고 지금도 복역 중이다. 또한 2002년도에는 증권법, 증권거래법 이래 최대의 개혁법이라는 Sarbanes-Oxley(SOX)법이 제정되어 회계투명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한층 높이고 내부통제제도를 강화하였으며,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였다. SOX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의 상장회사들은 SOX법은 완화시켜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철회하여 런던증권거래소로 옮기는 사태까지도 발생할 정도로 SOX법 준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도 2003년도에 SOX법을 본 따서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회계개혁법을 제정하였는데, 우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크게 불편함을 호소하는 기업이 없다. 왜냐하면 법은 엄격하게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준수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다. 즉 우리의 경우에는 어찌 보면 비현실적인 법이 제정되고 나면, 아무도 이를 따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부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엄두가 나지 않게 되어 유명무실한 제도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IFRS를 도입하게 된 것은 우리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회계기준을 IFRS로 바꾸는 것만으로 국제적 신인도가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IFRS에 의한 회계정보가 더 높은 신뢰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기업인, 회계사, 정부, 투자자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더욱이 IFRS는 규정중심이 아니라 원칙중심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적용되어 악용의 여지도 제법 많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IFRS에서는 유형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공정가치가 취득원가 보다 기업의 실질가치에 보다 근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악의적으로 자산을 부풀려서 기업가치를 과장하고 부채비율을 낮춤으로써 회계정보를 왜곡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IFRS의 대전제인 기업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기업인 스스로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가장 양심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IFRS의 기본 정신인데, 우리 기업인들 모두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경영의사결정과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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