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호 뉴스레터]
[가을]
요즘 웹 2.0이라는 단어가 언론매체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웹 2.0이란 기업과 사람들이 웹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 환경에서 사람들은 웹 상에서 정보의 생성에 참여하고, 원하는 사람들 누구와도 정보를 공유한다. 즉, 웹 2.0의 키워드는 “참여”, “개방”,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언론매체에서는 웹 2.0이라고 하면 “참여”, 그 중에서도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 UCC(User created contents)를 위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웹 2.0에서 사용자의 참여와 공유는 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 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나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일반 고객이 책을 사서 읽은 후에 그 책에 대한 평가를 올리거나, 이베이나 G마켓과 같은 온라인 장터에서 물건을 산 후에 그 물건을 판 사람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
동영상 뿐만 아니라 이런 문자로 된 평가도 그 후에 책이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이를 올리는 사람들은 웹에서 정보 생성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러한 책이나 제품에 대한 평가처럼 여러 사람이 올린 정보가 알라딘이나 G마켓과 같은 사이트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서 가치 있는 정보로 재 탄생한다는 것이다. 즉, 여러 사람의 지식이 체계적으로 모여서 통합된 지식으로 작용하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어느 정도 구현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웹 2.0에서 나타나는 또 한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사람들이 웹을 통해서 대규모의 협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서는 전세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백과사전은 만들어 가고 있다. 일반 사람들이 만드는 사전이라고 전문가가 만드는 백과사전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이처誌의 연구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정확도 면에서는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커 (Encyclopedia Britannica)와 거의 동등하지만 표제어의 수에 있어서 약 5배 이상 많다고 한다. 즉, 위키피디아는 짧은 시간 안에 오랜 역사과 전통을 자랑하는 인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커를 능가하는 정보를 집적한 셈이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다른 분야에서의 대규모 협업을 촉진시켰으며 웹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틀어서 위키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재 회사인 P&G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과거와 같이 내부적인 R&D부서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내용을 웹에 올려서 가능한 기술을 가진 개인이나 기업이 응모하도록 하고 있다. 응모된 기술은 P&G가 평가해서 필요하면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제품화 하고 있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개발되는 신제품의 비중이 약 35% 정도인데 앞으로 더 늘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천의 프로그래머가 협업해서 리눅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Open source software) 프로젝트 또한 다른 형태의 위키라고 할 수 있다.
“참여”, “개방”, “공유”라는 웹 2.0의 특징은 웹이 개발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웹의 본질적 성격이다. 웹 환경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대규모 협업을 조직화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런데 최근에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현상이 더 뚜렷이 나타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웹에 익숙해져서 웹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웹 2.0이나 위키가 등장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식의 불균형(knowledge asymmetry)이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기업이나 일부 사람이 일반 대중보다 지식이나 노하우를 월등히 많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불균형 상태였다. 따라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 혹은 몇몇의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수많은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보다 가치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보 전달 수단(웹이 대표적)과 다른 저작 도구의 발달로 인해 일반 사람들도 자기들이 관심이 있는 특정 분야에서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되면서 이들의 지식을 잘 조직화 해서 조합하면 전문가의 지식을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개인이 비디오나 음악을 만들고 싶어도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몰라서, 혹은 영화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전문 도구가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심만 있으면 웹에서 전문지식을 찾을 수 있고, 손쉽게 구해지는 소프트웨어로 영화나 음악을 짧은 시간에 창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웹에 올려서 쉽게 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영화나 음악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백과사전과 같은 일반 지식, 제품/서비스에 대한 평가, 심지어는 R&D분야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웹 2.0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 우선은 웹 2.0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트렌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서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있고 이 추세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 외부의 지식을 어떻게 조직화 하고 이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웹 환경에서는, 특히 웹에 익숙한 웹 2.0세대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 소비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웹에서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별 소비자의 구매와 소비행동까지 세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므로 각 기업은 이러한 개별 소비자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서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웹 2.0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현상이 아니다. 웹을 비롯한 정보 기술의 발전과 사람들이 이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환경은 앞으로 기업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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