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호 뉴스레터]
[여름]
[건물 신축 기금]
[경영대 발전기금]
LIFE | 칭찬릴레이 - '사회와 인간이 녹아있는 경영학'을 꿈꾸다 : 장희은 (석박통합과정 08)

이번 칭찬릴레이 주자는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과 매니지먼트 분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장희은 양이다. 오세철 교수와의 직접적인 인연의 시작은 장양의 지도교수인 이지만 교수의 지도교수가 명예교수인 오 교수였기 때문이었는데, 수업을 돕고 조교활동을 하면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석박통합과정에 있는 장양은 현재 이지만 교수의 수업조교로서 수업준비와 학생들과 교수간의 의사소통을 돕고 있고, 연구조교로서는 다양한 연구를 위한 자료 조사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는 사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 보다는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쪽이라 칭찬에는 인색한 편인데, 이렇게 제가 칭찬을 받고 보니 참 민망하다"며 말문을 연 장양의 가장 큰 관심 분야는 그녀의 삶과 참 많은 인연을 맺고 있는 '노동자' 그리고 '노사관계' 였다. "'경영학'이라면 반드시 기업의 이익과 가치실현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이를 깨고 사회과학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공부하고 싶다"는 장양은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오세철 교수가 늘 강조하고 있는 비판적인 사회과학도의 꿈을 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부시절 경제학과의 전공 교과과정 공부 외에 역사나 사회과학 관련된 책을 읽거나 세미나에 참석해왔고, 그 당시 접했던 모든 경험들이 진로 결정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본래 경제학과 대학원에 갈 생각을 갖고 있던 장양이 갑자기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꾼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대학 매니지먼트 분야가 가지고 있는 '비판적 사회과학의 전통' 때문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관점을 형성하고, 그런 관점에 따라 공부를 해가는 데 있어서 오 교수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경영학'이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노사관계는 기업 경영진과 노동자들 간에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해요. 그래서 노사관계가 경영학과 내에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학문의 특성상 매우 다양한 접근과 관점이 공존하고 있죠. 경영학뿐만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법학, 심리학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노사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관점과 이론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어요" 라고 기본적 설명을 마친 장양은 "저는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노사문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주로 경영진이 활용하는 HRM practice들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노동조합 조직 자체에 대한 조직이론적 분석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덧붙여 아직은 공부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구체적이지는 못하다며 미소 지었다.

장양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다. 장양의 고향은 울산인데 부모님께서 모두 자동차 중공업에서 근무하셨다. 장양은 어릴 때는 부모님이 노동자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TV에서 보는 아빠들은 전부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회사에 가는데 왜 우리 아빠는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새벽밥 먹고 작업복 차림으로 회사에 갈까라는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고. 그러다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친구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끔 위축되기도 하고 괜히 서글픈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 접한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은 그녀의 사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강연을 통해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며, 오히려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들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녀는 아직도 그때 강연이 생생히 기억나는 듯한 얼굴로 상기되어 말을 이어갔다. "그 순간에 뭔가 존재의 뿌리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진정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우리 부모님의 기름 때 뭍은 작업복이 아니라 그것을 부끄럽게 만드는 우리 사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죠"

이후 장양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운동 단체, 학내 언론활동, 공부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과학, 역사학, 철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왔다. 이후 경영학을 선택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장양은 학부과정에서 배운 경제학의 특성 자체가 너무 폐쇄적이고 도그마틱한 측면이 강해서 그녀처럼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한 사람이 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환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도 이론 자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경제학보다는 덜 배타적인 경영학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장양의 입에서 나오는 '노동자'라는 단어는 그 표면적 의미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삶과 참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와 '노사관계'라는 두 대상은 앞으로도 그녀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장양을 만난다면 그녀는 이 두 대상에 대해 어떠한 표정으로 어떠한 말들을 해줄지 기대된다.

이전
[Address : 120-749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  연락처 : 02-2123-5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