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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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전략의 이론적 특성과 과제 - 박경민 교수블루오션전략의 이론적 특성과 과제 - 박경민 교수

박경민 교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매일 살아왔던 현실이 가상현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상현실 속의 프로그램들인 요원들과 격투를 벌이다 요원들에게 쫓기어 궁지에 몰려 총상을 입고 죽음의 고비에 이른 그 순간 네오는 깨달음을 통해 가상현실 세계의 코드를 읽어내고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 스미스 요원은 네오에게는 이제 한낱 디지털코드로 이루어진 정보의 집합일 뿐이다. 네오는 스미스의 몸안으로 들어가 그를 파괴한다. 가상현실의 한 부속품에 불과했던 네오는 이제 가상현실을 이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된 것이다.

와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를 볼 때마다 나는 블루오션전략을 떠올린다. 블루오션전략은 매트릭스에 갖힌 기업과 경영자들이 궁극적으로 선택해야 할 알약 중 하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가상현실 속에 산다는 것을 모르고 현실인줄 알고 살아가는 네오에게 모피스는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는 기존의 관습과 관념에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알약은 진실과 혼돈에 직면하는 것을 의미한다. 블루오션전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산업경계, 비즈니스 모델, 관습화된 경쟁방법에 얽매인 경영자들에게 블루오션전략은 새로운 모험과 혼돈의 세계로의 초대장이다.

필자는 박사과정 시절 블루오션전략의 창안자중의 한 사람인 INSEAD의 김위찬 교수와 빈번히 블루오션전략 이론 - 그때 당시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이론 -에 대하여 대화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었다. 그 이후 한국사회에 유행처럼 블루오션전략이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필자는 블루오션전략 이론의 본질과 잠재력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곤 했었다. 이 기회를 빌어 필자는 블루오션 전략이론의 특성에 대해 언급하고 또한 앞으로의 블루오션전략이론이 산업현장과 학계에서 더욱 유용하게 사용되고 발전하기 위해 달성되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블루오션 전략이론의 세가지 특성

문제 재정의적 이론.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에서 제시하는 세가지 본원적 전략 (비용우위, 차별화, 집중화)은 주어진 산업구조하에서 전략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경쟁자 대비 선정하는 전략적 위치선정(strategic positioning)의 방법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 접근 (problem-solving approach)’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탐색을 통해 발견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블루오션전략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다기 보다는 문제를 재정의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당연시 되어 왔던 산업 정의, 경쟁자 정의, 경쟁적 차원의 정의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경쟁의 틀을 짜는 ‘문제 재정의 접근(problem-redefining approach)’이 블루오션 전략이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에서 주장하는 차별화와 블루오션전략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차별화는 주어진 산업구조, 경쟁구도 범위 내에서 다른 기업과 다른 제품, 서비스 또는 생산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나, 블루오션전략 또는 가치혁신전략은 당연시 되어온 산업구조나 경쟁구도를 뛰어넘어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대폭적으로 증진 시키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 재정의를 위해서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탐색을 많이 함으로써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나 새롭게 문제를 재정의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문제 재정의적 사고는 창의성, 다양성, 도전성을 필요로 하며 격의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적 바탕이 된다.

실천 및 참여 지향적 이론. 블루오션 전략이론은 실천적 이론이다. 전략캔버스(strategy canvas)와 ERRC프레임웍 에서 알 수 있듯이 블루오션 전략은 전략구상과 전략실행 등 전략적 실천에 초점을 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략실행의 조직상의 장애로 들고 있는 네가지 장애(인지적, 자원, 동기부여, 정치적)와 그 장애 극복 방안은 조직에서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장벽들과 그 해결책을 잘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영자들이 블루오션전략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는데, 전략실행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전 사원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절차적 공정성 (procedural justice)이라는 점이다. 참여(Engagement), 설명(Explanation), 기대의 명확성(clarity of Expectation)과 같은 공정한 절차의 3E 원칙이 조직의 변화단계에서 지켜지지 않을 때 현대 지식기반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 즉 중간관리자 및 종업원들의 자발적 협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대부분의 조직 특히 대규모 조직의 경우 경영이슈에 대한 해결책의 단서들을 대부분 조직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동기부여가 부족해서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조직 구성원들의 잠재력이 발산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 구성원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블루오션전략 실행이론은 주주와 최고경영진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쪽으로 경도된 현대경영학이론에 균형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지향적 및 긍정적 이론. 블루오션 전략은 당연시 되고 있는 관행 및 관습으로부터 일탈 그리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의 구조적 조건과 기업차원의 역량 보다는 기업의 전략적 이동이 블루오션전략의 기본 분석단위이다. 그러므로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은 블루오션전략의 창출과 실현에 근본적 제약조건이 될 수 없다. 영원히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산업이나 기업은 있을 수 없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영원히 저조한 실적만 내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과거의 블루오션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블루오션 전략이론은 블루오션도 언제든지 레드오션이 될 수 있는 초경쟁 (hyper-competition)의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주1) 그러므로 블루오션전략은 과거 지향적 이론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이론이다. 또한 블루오션전략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긍정적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업은 주어진 산업의 구조에서 행위와 성과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라는 운명론적인 산업구조 결정론, 또는 핵심적 조직 변화는 기업의 생존에 위협을 가져온다는 구조적 관성 이론 등을 블루오션 전략은 뛰어넘고 있다. 블루오션전략이론은 기업의 전략적 이동 또는 행동이 산업구조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략 재구축주의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주2) 또한 블루오션전략 이론은 전략적 변화에의 참여가 조직구성원들의 자발성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원동력으로 과정적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과학의 이론이 자기성취적 예언성(self-fulfilling prophecy)을 갖는다는 최근의 연구와 함께, 인간에 대한 부정적 가정을 가진 경영이론이 좋은 경영관행을 사라지게 한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주3) 그리하여 블루오션전략 이론의 기업조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 전제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강조하는 앵글로색슨 계통의 주류경영이론에 일침을 놓고 있으며 한국적 경영이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블루오션전략 이론의 발전을 위한 과제들

블루오션전략의 동어반복성(tautology) 극복. 경영이론이 동어반복성을 띤다면 그 진위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고 실무에 유용하지 않게 된다. 지금 경영전략이론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기업을 자원 및 핵심역량의 꾸러미로 보는 자원기준관점 (resource-based view)을 주장하는 학자가 종종 받는 질문이 역량을 가진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좋은 이론은 동어반복적 성격을 갖는다는 식의 변명 같은 답변을 하곤 한다. 블루오션 전략도 구매자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면서 동시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이동은 그 성격상 당연히 기업 또는 전략적 이동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이 동어반복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블루오션 또는 가치혁신을 목적 또는 성과변수로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블루오션창출 또는 가치혁신을 위한 구체적 지침(e.g., 가치곡선의 특성)을 의사결정변수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목표와 수단의 명확한 구분은 블루오션전략의 실천지향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또한 블루오션창출을 유도하는 기업내부 및 환경적 조건들의 검토와 실증연구는 보다 체계적인 블루오션 창출 시스템의 이해와 실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블루오션전략 성공 모델의 발굴. 이는 단순히 사후적으로(ex-post) 블루오션 성공 사례를 발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블루오션은 이미 100년전에도 의식적이건 의식적이지 않건 존재했었다. 다만 블루오션전략의 프레임웍을 따라 의도된 블루오션전략이 블루오션을 창출한 사례의 발굴을 의미한다. 블루오션의 존재 자체가 블루오션 전략체계의 ‘참(truth)’을 입증 또는 방증하는 것은 아니다. 블루오션 전략체계를 전략적 의도를 갖고 실천한 기업이 가치혁신 또는 블루오션창출에 성공했을 때 그 전략의 실무적 효용성은 간접적이나마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인 전략만이 전략인 것은 아니다. 의도되지 않은 전략도 전략일 수 있으나 이는 성공적 전략패턴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조직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므로 의도된 블루오션전략 실행의 성공 케이스를 발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블루오션전략 실행가의 양성. 블루오션전략에 대한 지식을 갖고 실행경험을 가진 실행가가 블루오션전략의 이론과 실행 프레임웍확산을 위해 필요하나 현재 한국의 사정은 관심은 많을 뿐 정작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기독교의 전파에도 열두제자와 수많은 선교사의 역할이 지대했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도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전자공학도들의 국내귀환이 큰 역할을 했다. 변화를 위해선 이를 보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행가 집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에서 MBA학생과 기업실무진에 대한 블루오션전략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은 전략수립과 실천이 균형잡힌 프로그램이어야 할 것이고 재무, 마케팅, 생산, MIS, 인사조직 등 경영학의 다양한 전공간 협력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블루오션 교육 프로그램의 성공과 블루오션전략 실천의 국내기업, 정부, 지자체, 비영리조직으로의 파급은 대한민국을 경영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주1) 동적 경쟁에 대한 관점과 분석단위로 전략적 이동 (strategic moves)을 선택하는 면에서 블루오션전략이론과 일치하는 초경쟁(hyper-competition)관점에 대해 다음의 책을 참조하시오. D’aveni, R.A. 1994. Hyper-competition: managing the dynamics of strategic maneuvering. The Free Press.
주2) 전략재구축주의자의 관점에 대해서 블루오션전략 (김위찬 르네머본 저, pp. 287-291)의 부록B 를 참조하시오.
주3) 다음의 두 논문을 참조하시오. Ferraro, F., Pfeffer, J., & Sutton, R.I. 2005. Economics language and assumptions: How theories can become self-fulfilling.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30: 8-24. Ghoshal, S. 2005. Bad management theories are destroying good management practices. Academy of Management Learning & Education, 4: 7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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