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호 뉴스레터]
[여름]
[경영대 발전기금]
Interview | 높은 산, 깊은 뿌리, 넓은 바다와 같은 연경인 되세요-김종훈 동문(경영 '70)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쟁점인 세계화라는 기조 하에 한국은 보다 주도적으로 동참하여 국가 발전과 혁신을 꾀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또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며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외교 통상 역사의 큰 축으로 기록될 한미 FTA 진행부터 최근 추진 중인 페루와의 FTA까지 세계화의 중심에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의 명성을 떨치며 2006년 ‘자랑스런 연세 상경인’으로서도 선정된 바 있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보았다.

  • 경영대 동문으로서 외교 관련 분야에 진출하신 것은 이례적이라 생각합니다.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하시면서 경영학 전공자로서 어려움이나 도움이 된 적이 있었나요?
  • 사실 경영대학 출신이 외교직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경영학원론 등을 수강해 보았는데, 기업의 학문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경영학이 어찌 보면 너무 금전적인 것만 따지지 않나 싶기도 하고, 내 나이 스무 살에 돈 그 이상의 무언가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중 정치외교학 관련 수업을 청강했었는데 무척 흥미롭게 다가와서, 외교 쪽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그 때는 경영학에 대한 회의로 다른 분야에 진출할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업무를 하면서 경영학 수업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지식이 실제 업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영학은 현대 사회의 주인공으로서 기업과 이윤에 관한 학문이고, 무엇보다도 부가 가치 창출의 원천입니다. 슘페터도 말한 바 있듯이,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는 개인적,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인생의 코스가 바뀐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업이든 정부든 경영에 대한 원칙은 일맥 상통하고 있었습니다.
  • 본부장님의 학창 시절 가장 좋았던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궁금합니다.
  • 무엇보다도 영어회화클럽을 만들어 운영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에야 영어 공부에 대한 열풍이 대단하고 학생들도 무척 적극적이어서 그런 모임들이 많지만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한 주의 토픽을 미리 정해서 그에 관한 영어 원문들을 읽고, 관련 단어 및 표현들을 외우고, 내 의견을 하나의 글로 써본 후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협상 경험을 시작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영어회화 모임을 만들어 공부를 할 때 생긴 철학이 바로 ‘본질의 가치는 기교를 압도’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의 믿음은 후에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도 직업에 대한 소신으로 발전했습니다. 국가 공무원으로서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높은 산’, ‘깊은 뿌리’, ‘넓은 바다’ 와 같이 크고 깊고 그리고 바르게 생각하고자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쇠고기 협상과 촛불 집회 같은 이슈들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들에만 전술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본질에 상응하는 논리로 대응하며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와는 달리 영어공부, 자격증 준비 등으로 학교 생활 4년을 취업 준비 과정처럼 바쁘게 보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신지, 혹은 반드시 경험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으신 일은 무엇인지요?
  •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일에 반드시 매달려서 결실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사회 일원으로서의 시각을 좀더 넓히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사람을 통해서 배우라는 것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는 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연마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봉사 활동, 운동, 동아리 활동 등 취미 생활과 조직 생활을 연계시켜 열정을 가지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발되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삶 차원에서 본인의 할 일을 잘하고 Ego의 개발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사회 일원으로서 그룹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시각 안에서 자기 자신을 개발해 나가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사회 생활을 해보니 단순히 지식의 깊이만 중요한 것은 아니더군요.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시각과 조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견 조율을 원활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만이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취업 공부 때문에 개인적 시간을 갖는 데에만 몰두하다가 대인 생활과 커뮤니케이션 기법 면에서는 뒤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간혹 사회, 그룹, 조직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며, 자신의 독보적인 존재가 과시되어야만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후배들이 대학 생활을 통해 건전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높은 자리에 계시기 때문에 업무나 책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한 취미 생활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주로 바람을 이용한 운동을 즐겨 합니다. 예전에 제네바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관련된 스포츠 등을 많이 했었는데 무척 즐거웠습니다. 한국에는 비록 바람이 많지 않아 그때처럼 즐기지는 못하지만, 한강, 김포, 서해 등지에서 윈드서핑 등을 하기도 합니다. 가끔씩은 암벽 등반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자연에 대한 신비감도 느끼고 기상학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는데 그 때의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서는 재학생들이 훌륭한 동문님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 받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졸업생 동문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일 본부장님께서 모교에 방문해 후배 재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어떤 주제로 강연을 하시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연경리더스포럼이라는 수업에서 여러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후배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한 학기 동안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외교 분야로 진출하려고 하던 때만 해도, 경영학과에서 외교관의 길을 걸은 선배님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조언을 구한다거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분이 없어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 이를 흔쾌히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자리를 통해 통상 교역에 대한 저의 소신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비록 부의 분배가 형평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세계화의 논거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세계 교역이 같은 체제로 점진적으로 자유화가 됨으로써 세계적 차원에서의 부가 가치의 창출이 극대화될 수 있고 한국은 이러한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세계 경제가 개방과 교역 확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분배의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이미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야기되지 않고 있지만 상당히 중요한 안건인 녹색 성장과 그에 대한 정책에 관해서도 함께 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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