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호 뉴스레터]
[가을]
[건물 신축 기금]
[경영대 발전기금]
COLUMN | 연세 MBA의 변신 - 서길수 교수(정보시스템 전공,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서길수 교수경영대학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출범으로 주요 대학의 학부 법학과가 폐지되면서, 경영학과가 인문사회계열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였다. 과거에는 경영학과와 법학과로 양분되어 있어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경영학과 간의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 모 대학의 "하나 빼고 다 좋아요?"라는 대학의 아카데미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자극적인 문구로 많은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광고가 이러한 경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의 경쟁은 국내 대학간의 경쟁일 뿐, 국제 무대에서 한국 경영대학의 위상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경영전문대학원의 출범과 정부의 세계적 MBA 육성 표방으로, 이제 경쟁의 무대가 점차 국내에서 세계로, 학부에서 MBA로 옮겨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안에 국내 경영대학 간의 순위 경쟁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며, 권위 있는 기관의 세계 랭킹, 특히 full-time MBA 랭킹이 각 대학의 명암을 가를 것이다. 세계 경영대학을 평가하는 여러 기관들이 있는데, Financial Times, Business Week, Economist 등 거의 대부분이 학부 랭킹이 아닌 MBA 랭킹으로 각 대학들을 비교한다. 따라서 주요 국내 경영대학들은 이제 학부에서 MBA로 그 전쟁터를 옮기게 될 것이고, MBA 순위에 의해서 다시 우수한 학부생을 유치할 수 있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 수준의 경영대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나, 학부에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나, 경영대학에 있어서 앞으로 MBA 프로그램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연세 경영은 향후 5년 안에 세계 수준의 경영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연구, 교육,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MBA 프로그램은 2010학년도부터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현재 1년 과정의 full-time 주간 한글, full-time 주간 영어, 2년 과정의 part-time 야간 한글, 야간 금융, 주말 한글, 주말 영어 등 6개의 프로그램은 1년 6개월 과정의 full-time Global MBA, 2년 과정의 part-time Corporate MBA, Finance MBA, 그리고 Executive MBA로 재편된다. 현재 MBA 프로그램은 금융 MBA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curriculum을 한글/영어, 그리고 주중/야간/주말에 각각 개설하여, 언어와 시간대에 따라 맞춤형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현재 프로그램이 다양한 시간대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프로그램 간의 차별화가 없고, 연세 MBA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색깔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MBA 프로그램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full-time Global MBA(이하 GMBA)의 진정한 국제화와 part-time Executive MBA(이하 EMBA)의 신설이다. GMBA 프로그램은 주간 한글과 주간 영어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명실상부한 GLOBAL 프로그램으로 육성한다. 우선 현재 20% 미만인 외국 학생의 비율을 50%로 끌어올리고, 향후에는 외국 학생의 비중을 더 늘리되, 어느 특정 국가가 아닌 20-30개국으로부터 우수한 인재를 모집할 예정이다. 따라서 연세 GMBA 프로그램은 한국에 위치하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동료들과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진정한 세계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에 교환 학생 또는 방문 학생으로 파견되어 국제적 경험을 쌓게 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외국 학생들은 동아시아, 특히 한국 기업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목을 수강함으로써 동아시아 비즈니스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그 외에도 정규 과목 외에 인턴쉽과 사례경연 의무화 등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현장 중심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창조적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줄 것이다.

한편 2010년에 신설되는 EMBA 과정은 경력 10~15년의 중견 관리자나 임원 등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층이 필요로 하는 매니지먼트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주요 대학에서 EMBA 과정을 개설하였는데, 대부분 기존 MBA 과정의 커리큘럼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미국 주요 EMBA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인데, 이에 대해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그의 저서 "MBA가 회사를 망친다"에서 최고경영자나 곧 최고경영자가 될 사람들에게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던 교육 과정을 복제하여 가르치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연세 경영에서는 다른 대학들의 EMBA 커리큘럼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진정한 의미의 EXECUTIVE MBA 프로그램을 마련 중에 있다. 업무 기능과 관련된 과정은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최고위 리더로 거듭나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 내용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 시간도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하여 금요일 저녁 10시(필요하면 합숙)까지, 그리고 토요일 전일 수업으로 집중도를 높이되, 격주로 진행함으로써 주말의 개인 여가 활동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다.

바야흐로 경영대학 간의 경쟁이 소속 대학교의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이 되고 있다. 연세대학교도 이러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약 연세 경영이 경쟁대학에 뒤진다면 이는 경영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세대학교 전체의 명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연세 경영은 국내 경쟁 대학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경영대학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대학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 본부와 동문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을 이 지면을 통해 간곡히 부탁 드리는 바이다.

[Address : 120-749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  연락처 : 02-2123-5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