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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테마기사 : 복학 증후군 대처법 - 염규현 (경영 02)

남자라면 누구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 더구나 이들이 연세인 이라면 어찌되었건 대략2년의 시간 동안 휴학생의 신분으로 정든 캠퍼스를 잠시 떠나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추억을 함께 나누었던 선후배들도 잠시 기억 속에 묻어두고 말이다. 여름과 겨울을 두 번씩 맞이하고 나면, 너무나 길고 답답하기만 하던 군복무의 터널도 끝이 보이지 않던 어둠으로부터 어느새 희끄무레하게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의 가슴팍 언저리에는 어느 새 네 칸의 작대기(계급장)가 채워지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끝이라는 기쁨, 아마도 20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해방감이 아닐까도 싶은 이 복받친 감정과 함께 그들은 전역(轉役)을 맞이하게 된다. '전역(轉役)'이란 문자 그대로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그 역종(役種)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군인에서 다시 학생으로 그 역할(役割)이 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본래 역할을 찾아 돌아온 학교는 이제 예전과는 다르게 그들에게 다가온다. 자신의 시계는 이미 2년 전에 멈추어 있는데 주변은 째깍째깍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고, 수업을 마치고 교수님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왜이리 어색한지, 지나다니다 보노라면 예쁜 여학생들은 캠퍼스에 왜 그리 많아 내 시선이 자꾸 특정 부위에 머물게 만드는지, 그 와중에 갑자기 교수님이라도 맞닥뜨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충성!"을 외쳐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다가, 하루는 또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이처럼 그들의 하루는 스스로가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 투성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시 공부를 해볼까? CPA시험을 봐야 하나? 아니면, 학회라도 들어서 인맥이라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동기 여학생들은 간간히 여기 저기에서 취업이니 진학이니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우리 복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 신체, 정신 상의 변화를 간단히 '복학증후군(Comeback Syndrome)'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하면 복학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 현명하게 복학 첫 학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복학이라는 과정을 거쳐 또 이 증후군을 한 번 앓고 나서 완치된 후에 이제는 어느듯 졸업을 앞두고 있는 형의 입장으로서 여러분께 다음의 두 가지를 충고하고 싶다.

첫째는,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지도, 너무 열심히 안 하지도 마라" 라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복학생이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말씀을 쉴 새 없이 받아 적고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면 뒤에서 바로 수근 거리는 무리가 생긴다.

"어머, 저 사람 복학생 인가 봐. 진짜 독하다 독해.
사람이 군대 다녀 오더니 진짜 성격도 변하고 독해 지나봐. "
이 멘트를 굳이 열정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더러 봤지만 사실상 열정과 독함은 단어의 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른 것이다. 일차적으로 공부한다는 자체가 복학생이기 때문이라는 또 그것은 세상과 단절된 복학생 만의 오타쿠적 속성과 관련이 있다는 인과 관계 혼동의 오류가 발생한다. 자, 그럼 위와 같은 평가로부터 의식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이번엔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주변의 선후배들을 챙기며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치자. 그렇다면 위의 평가는 어떻게 변할까?
" 어머, 저 사람 복학생인데도 아직 정신 못 차렸나봐. 군대 한 번 더 갔다 와야 될 것 같애"
무려 2년여 간의 의무 복무 기간을 마치고 돌아온 것도 힘들었는데 가보지도 않고서 한번 더 가보라는 등의 언어폭력에 우리 복학생들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으며 우리의 인권 또한 이렇게 땅에 추락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이렇게 하라고 제안한다.
" (남들이 볼 때) 열심히 공부하거나 공부 안 하지 마라"
즉, 공부라는 잣대만을 두고 봤을 때 극단적인 두 개의 평가에서 자유로워 지기 위해 우리 복학생들은 우선 남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 인 것이다. 물론 남의 시선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세상에는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나 많다. 그래서 유독 신입생들의 활동이 적은 구 중앙도서관 5층에 복학생들이 집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로, '새내기 복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필수명제는 바로 "후배에게 함부로 인사하지 마라" 이다. 후배에게 인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이 역시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후배에게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복학생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점이다. 대개 2년 여의 공백을 겪은 복학생들에게 학교는 모든 것이 새로운 공간이다. 우선 그 간 바뀐 물리적인 시설이 그러하고 또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훌쩍 커버린 후배들이 그렇다. 어차피 남자후배들이야 일부의 군 면제 대상자를 제외하면 다들 선배들을 따라 군입대를 한 상태라 학교에 없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여자 후배들이나 동기들의 경우에는 그 차이에 있어서 남자후배들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한 가지는 후배들이 너무 커버렸다는 것이다. 컸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성장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일례로 다수의 복학생들이 교수님이나 수업에 관해 관심을 보일 때 이들 후배들은 이미 졸업에 임박하여 회사의 연봉이나 거시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 먼저 차이가 나고 또 두 번째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서로 굉장히 어색하고 때로는 어떤 이의 경우 간혹 성형술을 통해 얼굴이나 인상이 변하기도 한지라 이 아이가 과연 내가 원래 알고 있던 그 지인이 맞나 한참 고민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인사를 건네기가 상당히 어색 해져버린 상황에서 만약 먼 발치에서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후배들을 보았을 때, 우리 복학생들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다음의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반갑게 인사를 시도해 보거나 아니면 짐짓 모른 체 하고 지나가거나.
그 두 개 이외의 그 중간 정도쯤 되는 애매한 선택은 존재할 수 없다. 이미 알고 지내고 격의 없는 사이라면 간단한 목례를 하고 지나 가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안녕! '하고 짧게 하고 지나친다는 것은 상식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그렇게 인사하는 것이 더 이상하고 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만약의 전자대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는 체를 했다고 치자. 그러한 경우 반응은 이렇다.
" 복학생들이 후배들한테 너무 찝적거린다. 하나도 안 친한데 되게 친한 척 하려고 하네"
아니, 아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것이 무슨 잘못이라고 복학생들이 단지 2년을 비운 것에 대해 원죄를 지어야 하는가. 이 말은 어느 복학생 L모군의 생생한 증언을 바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를 안하고 슬쩍 모른 체 하고 넘어간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다음의 반응이 나온다.
"저 사람 제대한지 꽤 됐는데 아직 적응 못했나봐. 인사도 안 하고 다녀"
다음은 이 같은 상황에 직면했던 복학생 경제학과K모군의 가슴 시린 회고담이자 하소연을 인용한 것이다. " 아,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감히 딜레마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거의 '우물에 독 타기' 수준으로 자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멍에를 덧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복학생들은 참으로 어렵다, 아니 서럽다. 물론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입생이나 학생들 사이에 일반적 으로 만연한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복학생으로서 학교에 복귀한 이래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내가 경험하면서 그저 우리 복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부할 때나 인사할 때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충고는 어디까지나 복학 첫 학기 내지는 그 다음학기 정도까지의 어리벙벙한 예비역 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 이후에는 대개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다시 사회성도 되찾고 학회나 시험준비 등을 통해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위의 징후에 비추어 볼 때 '복학증후군'에 걸렸다면 아니면 위의 주요 증상 중 일부라도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당신은 당분간은 그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공부하면서 후배들에게 함부로 인사하지는 말고, 스스로의 꿈을 찾을 수 있는 진로를 모색하면서 나의 다음 안식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연세인들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한 씩씩하지만 귀여운 우리의 동문이자 선후배라는 인식으로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것은 어떨까. 이들이 언젠가는 남들 앞에서 당당히 공부하고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어도 모두가 행복한 그 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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