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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 금융위기의 교훈 - 신진영 교수 (경영대학 재무 전공)

신진영 교수교수 생활 17년 만에 처음으로 안식년을 보낸 지난 1년간 정말 오랜만에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전화벨 한번 울리지 않는 조용한 연구실에서 금융위기와 관련된 책, 보고서, 논문들을 쌓아놓고 읽으며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나름대로 내린 조금은 비관적인 결론은 이번 금융위기는 단순한 일회적 재앙이 아니고 오랜 기간에 걸쳐 구조적이며 체계적으로 금융시장과 경제, 나아가 정책당국과 정치권에서까지 위기의 원인은 커져왔으며, 현재의 여러 조치들은 단기적인 효과만을 지닐 뿐 향후 또 다른 위기가 더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시장의 규모의 증대, 세계화, 복잡화, 상호 연계성은 급속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되었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카터 행정부 시절부터 금융시장 규제 완화는 시작되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금융시장 규제 완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되었다. 메릴린치 CEO 출신의 도널드 리건을 필두로 월스트릿 CEO들이 재무장관과 규제당국의 수장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규제의 대상이 직접 규제를 완화하게 되는 이해상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루빈과 폴슨이 각각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내며 Government Sachs라 불릴 정도로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대거 금융정책과 규제 당국에 진출하여 정부와 규제당국에 대한 영향력을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 왔다. 이번 위기과정에서도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 이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들은 깊이 간여하였고 결국 다시 월스트릿으로 복귀하면서 심각한 이해상충의 문제를 남기게 되었고, 위기 이후의 수립된 정책들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서는 미흡한 한계점을 지니게 되었다.

금융규제 완화는 단순히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은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였고 지난 20-30년 간 급속히 진행된 세계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규제차익 (regulatory arbitrage)을 얻기 위해 가장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 환경을 제공하는 국가로 업무를 이전시켜 왔다. 대규모 회계부정 발생 이후 미국은 Sarbane-Oxley법을 통과시켜 기업의 공시, 감사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들은 런던과 홍콩 등지로 상장관련 업무를 이전하게 되었고 위기 발생 직전 미국을 이에 대처하기 위해 대규모 규제완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계화는 위기가 각국으로 전파되는 속도와 그 심각도를 증폭시켜왔다. 아이스랜드 은행들의 방만한 예금유치는 이들 은행들이 지점을 개설한 국가들의 예금인출 사태를 촉발하였고, 미국에서 발행된 서브프라임 증권을 매입한 일부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각국의 기관투자자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G20 정상회담이 곧 우리나라에서 열리지만 규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디에선가 위기는 발생할 것이고 이는 곧 세계 각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금융기관들의 왜곡된 성과 보상체제라 할 수 있다. 금융기관 특히 투자은행 (Investment bank)들의 주 업무는 증권 발행, 브로커리지 등의 전통적인 중계업무에서 트레이딩 쪽으로 꾸준히 전환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단기 실적 위주의 보상체제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번 위기를 결정적인 시발점이 된 베어스턴즈의 경우 역시 회사가 직접 운용한 헤지펀드의 부실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몰락과 금융위기라는 파국을 가져왔다. 이러한 단기 성과, 보상체제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유한책임과 결합되면서 회사나 고객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자신들의 보너스 만이 유일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불행히도 이 문제는 별다른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상체제는 금융기관의 문제이므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영국의 경우 일부 국영화된 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손을 대었으나 다른 금융기관들의 공조가 있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금융위기는 다른 위기보다도 그 범위와 파급효과가 크다 할 수 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위기는 어떤 형태로 발생할 지 모른다. 금융시장이 상대적이 더디게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 피해가 비교적 적었지만 향후 발생할 위기를 염두에 둔 정책의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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