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경영대학 교수, 학생, 그리고 교직원까지 모두 배꼽시계가 울리기에, 그들 연세인 모두는 어디론가 출출한 배를 채우러 경영대학 방방곡곡으로 자신만의 '성찬'을 위해 떠나간다. 학관으로, 정문으로, 혹은 북문 그리고 동문으로. "자~ 여러분은 어느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십니까?" 뉴스레터 3월 개강호를 맞이하여 이런 고심을 덜어 드리고자 기획기사를 실었다. 이번 YSB LIFE 테마기사는 '연대 동문 길 맛집 기행'으로 연세인 여러분께 또 다른 '성찬'을 준비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어학당 밑에서부터 연대 동문까지의 골목에는 맛집들이 가득히 생겼다. 이제부터 학관 또는 정문이 아닌 동문쪽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새천년관을 조금 지나면 외국어 학당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공학원 식당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면, 외국어 학당 구내 식당에 잠시 들려보자. 혹시 어제 동아리 개강파티로 과음을 하였다면, 칼국수와 사골 우거지탕, 그리고 황태 해장국이 유명한 [다미]에서 속을 다스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깔끔한 분식이 먹고 싶다면, 연대 동문 대표 분식 [딸기골]이 있다. 설렁탕과 생선구이백반으로 유명한 [고향설렁탕]과 모든 만두요리의 집합소 [만두향] 그리고 감기 몸살로 꼼작하지 못할 상태라면 [본죽]은 어떨런지. 이와 같은 여러 동문길의 맛집 가운데 특별히 3곳을 선정하여, 특별 인터뷰를 실었다.
[화가와 요리사] 연세인의 오랜 벗이었던 [무악식당]자리에 새로운 간판이 걸렸다. 바로 [화가와 요리사] 이미 알고 있는 연세인이라면 한번쯤 들려, 이곳의 돈까스를 맛보았을 것이다. 사장님이란 표현보다는 주인장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법한 분의 반가운 인사는 넉살있다.
[화가와 요리사]란 음식점의 이름에서 '화가' 단어의 주인공은 이곳의 주인장 아저씨 김태희씨. 그리고 '요리사' 단어의 주인공은 주인장 아주머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의 이름은 아드님이 지어주셨다고 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이 작은 공간 안에 가득 펼쳐진 [화가와 요리사]는 이미 음식점을 넘어서 연대 동문길의 하나의 '커뮤니티'로 발전되어 있었다.
외국어 학당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있고, 새천년관과 경영대학 학생들과의 모임도 있으며, 이화여대 미대생들에게 새로운 그림 기법을 귀뜸해 줬다며 자랑하는 주인장은 이미 대학생들과 하나다. 이런 모습에서 이곳은 이미 아무도 모르는 사이 연대생 그리고 이대생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듯하다.
지름이 30센티는 될법한 '카리스마 돈까스', 홍상수 감독의 열렬팬이라서 '매운 돈까스'를 1단계 - 매운맛의 발견, 2단계 - 매운맛의 힘, 3단계 - 죽기 전으로 구분한 톡톡 튀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곳. 주인장은 그러나 3단계 - 죽기 전 '매운 돈까스'는 절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단다. 혼자 밥 먹으러 오는 학생들도 많다는 이곳의 특징중의 하나는 혼자 오는 학생들이 시킨 메뉴를 주인장도 같은 메뉴로 함께 먹는다는 것. 그렇게 말동무가 되고 그 속에서 '양철 도시락 콩나물 비빔밥'이란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저녁 늦은 시간에 가면 그림을 그리는 주인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그림 그리면서 중간에 손님이 와서 밥을 해준 작품 [살아간다는 것]이란 그림 뒤로 주인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 가장 소중한, 그리고 큰 작품은 바로 이곳 [화가와 요리사] 음식점입니다." 그리고 내 가장 큰 미술품은 항상 미완성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왜냐하면 음식점 빈 자리에 서로 다른 학생들의 감수성이 가득 찰 때 마다, 늘 새롭고 또 다른 작품이 된다"며 그는 씽긋 웃어 보였다. 오늘점심은 푸짐한 화가양반의 돈까스는 어떨까.
[ZINO FRANCESCATTI] 동문 길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ZINO FRANCESCATTI] '미술관 옆 동물원'이 아닌 이곳은 '미술관 속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입구와 간판에서부터 '조지안(Georgian)'스타일로 꾸며졌다. 조지안 스타일이란 1702~1830년 영국 후기 르네상스 시대를 일컫는 것으로, 앤여왕부터 조지 1~4세까지의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양식을 일컫는다. 이러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김민수, 손선용 사장은 앤틱한 의자와 여러 가구와 벽지까지 세심한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이곳에 아늑한 조명아래 걸려있는 유화들은 김민수 사장이 대학시절부터 하나 하나씩 직접 모은 것들이다. 그가 소장한 유화는 약 100여 점 그리고 동판화는 30여 점에 이른다. 약 30여 점이 레스토랑에 걸리는데, 계절에 따라 분기에 따라 그림은 계속해서 바꾸어가면서 전시한다고 한다. 직접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고르고 직접 공수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수집했다는 그림들은 이곳이 레스토랑인지 미술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ZINO]에서는 French Fusion이 감미 된 Italian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모든 음식에는 조미료를 쓰지 않고,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두 사장은 자신했다.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지만 '새우 비스크 파스타'에 묘한 중독성이 있어 단골 손님도 있고 본인도 가끔 직접 요리하기도 한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카페로 와인바로 복합 문화 공간을 꿈꾸는 [ZINO]에서는 커피 맛을 위해 바리스타가 따로 있다니 놀랍다.
"전 세계에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레스토랑이 많지만, 많은 진품 그림을 걸어 놓는 곳은 아마 저희 [ZINO]가 유일할 것입니다."라며 손 사장은 말했다.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편하게 그림과 고풍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이곳. 특별한 날 '미술관 속 레스토랑'을 찾아가 보자.
[프린스턴 스퀘어]
조모임 강국. 연세대 경영대학 학생들의 아지트가 되는 곳, 스위스 모카 한잔과 여유롭게 책 한 권을 읽고 싶다면 떠오르는 곳 바로 [프린스턴 스퀘어] 이미 경영대학 사람들에게는 명소로 자리잡은 이곳의 정혜영 매니저는 언제나 그렇듯 맑은 미소로 쿠키접시를 건낸다. 그러나 이내 "쿠키 좀 더 주세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언제나 공부를 하려면 배가 고픈 우리의 경영학도들. 이곳의 쿠키는 직접 만들어 굽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린스턴 스퀘어]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이러한 '맛쿠키' 의 비결을 묻는 글도 매우 많다. 책도 함께 보는데, 맛있는 쿠키는 안 나누어 먹으랴. 쿠키 맛의 비결을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쿠키 레시피가 앙증맞다. 이러한 쿠키의 인기에 따로 쿠키만 팔기도 한다.
현재 연대 동문길에 있는 이곳은 처음에는 신촌에 문을 열었었다. 신촌 전철역 부근에 원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연세인은 이미 '노땅' 취급을 받는다고. 그러나 '노땅' 단골들의 발걸음 의외로 많다고 한다. 정 매니저는 종종 '단골의 남자' 그리고 '단골의 여자'를 볼 기회가 있다며 웃었다. 한가한 주말 연인끼리 자신의 옛 추억의 이야기 꽃을 피우는 연세인들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프린스턴 스퀘어]는 복잡한 신촌거리 환경으로 북카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이곳 동문쪽으로 3년 전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얼마 전에는 지하를 공사하여 조모임과 스터디 등을 위한 4개의 세미나 실을 마련하였다. 고급스런 원목 책꽂이에는 주로 역사서적과 베스트셀러, 시집이 많다.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과학 분야의 다양한 서적 2000여 권 그리고 잡지들도 구비되어 있다. 2주에 한 번씩은 새로 나온 책들이 연세인들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예약도서가 몇 주간 들어오지 않을 때. 별관의 조모임 공간이 가득 찼을 때. 발걸음을 프린스턴으로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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