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씽킹 - 장진호(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회계 전공)
플랫폼 씽킹 - 장진호(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회계 전공)
ICT업계의 4인방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의 등장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플랫폼에 대한 연구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하였다. 검색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광고주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구글 플랫폼, 스마트폰을 통해 앱개발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플랫폼, 외부판매자도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물류센터, IT시스템을 제공하는 아마존 플랫폼, 이용자 간의 중개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페이스북 플랫폼. 플랫폼은 ICT산업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정수기 렌탈 사업을 하는 웅진코웨이는‘코디’라는 서비스조직 플랫폼을 구축하여 공기청정기와 비데 등의 제품을 팔고 있고,‘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방문판매조직 플랫폼은 야쿠르트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기타 유제품들을 유통하고 있다. 다양한 이용자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연결하는 것이다.

ICT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에도 적용되는 플랫폼의 특징은 무엇일까? 플랫폼은 러시아 인형이란 점이다. 거대한 플랫폼 속에 플랫폼이 있고 그 속에 또 다른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은 한 단계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으나, 그 상위 플랫폼에서는 단순한 참여자에 머무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은 다양한 게임 콘텐츠제공사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지배자이지만, 동시에 구글의안드로이드 OS와 애플의 iOS라는 거대 플랫폼 관점에서는 하나의 참여자에 불과하기도 하다. 다양한 ‘플랫폼 속의 플랫폼’ 중에서 어느 플랫폼에집중하느냐의 결정은 종종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PC의 초기시장에서 IBM은 BIOS(Basic Input Output System)를 핵심으로 생각했다. BIOS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사이의 연결과 번역기능을 담당하는 인터페이스이다. IBM은 BIOS가 PC작동의 핵심 플랫폼이라 생각하고, 이것만 장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DOS는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주개발을 해도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마이크로소프트가 PC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기업이 되었다. 무엇이 산업을 지배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지 모른다고 모든 ‘플랫폼 속의 플랫폼’에 집중할 수는 없다. 하드웨어 부품 – 하드웨어 완제품 – 소프트웨어 – 서비스 등의 각 부분에서 외부의 기업들과 협업을 하지 않으면 플랫폼은 빨리 성장하기 어렵다. 개방이 없으면 플랫폼의 확장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다양한 ‘플랫폼 속의 플랫폼’ 중에서 어느 플랫폼에 집중해야 할까? 핵심 플랫폼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는 플랫폼이다. 상위 플랫폼인지 하위 플랫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객을 lock-in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그 플랫폼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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