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상은 장난기 어린 신선함이었다. 2008년 1월 초 겨울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겨울계절학기 모듈을 강의하고 있던 필자는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Big Think Strategy”의 저자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번트 슈미트(Bernd H. Schmitt) 교수를 처음 만났다. 1996년 봄 나는 일본 동경 교외의 호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일본조직학회와 한국인사조직학회의 공동 심포지움이 열렸을 때 히토츠바시 상과대학의 이타미 교수를 만났다. 그는 내게 이런 얘기를 건네었다. “일본 사회에는 지금 ‘Big Thinker’가 부족합니다.” 당시 그는 히토츠바시 상과대학 학장이었고 후에 일본조직학회장으로도 봉사하였으며 그 스스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빅씽커이었다. 빅씽커란 창의성이 뛰어나고,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한발 앞서 준비해나가며, 비전 제시 능력을 갖추고, 대담한 발상과 대담한 아이디어를 꿈꾸며, 과감한 실천력을 갖추고, 통합적 통섭적 시각으로 지속적이고도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와 기업들은 창조경영이란 무엇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블루오션을 찾아내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위기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창조경영에 대한 고민의 깊이는 얕다. 창조경영을 모색하고는 있으나 이를 이끌어 나가고 지속가능한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이를 축적해 나가는 S-창조성은 C-창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조성(Creativity)에는 C-창조성과 S-창조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C는 “Crazy”를 말하고 S는 “Serious”를 뜻한다. 우리는 아직 창조성을 강조하면서 C-창조성에 머물러 있지 S-창조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있어도 이를 열정과 인내를 갖고 실천해나가는 리더가 부족하고 이러한 리더를 육성하고 지원하고 자극하는 교육시스템은 더욱 부족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H-창조성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것의 기본이 되는 P-창조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H란 “Historical” 창조성을 말하며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아무도 만들어내지 않았던 것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 이제까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을 새로이 시도하여 성공하는 것을 뜻하는데 반해 P-창조성이란 “Personal” 창조성을 말하며 개인적으로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처음으로 새롭게 생각해내었다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처음 시도하였다든지 하는 개인적 수준에서의 창조적 발상과 시도를 뜻한다. 이러한 개인적 창조성을 육성하는 교육시스템이 중시되어야 그것이 축적되면서 역사적 창조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에겐 역사적 창조성을 가능케 하는 개인적 창조성에 대한 인내심과 관용 즉 똘레랑스가 아직 부족하다. 개인적 창조성에 대한 관용이 조직의 자율성을 높여 새로운 도전적 실험을 시도하게 하고, 그러한 새로운 실험이 다양성을 낳게 하며, 다시 자율성을 강화시키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위대한 빅씽커들이 육성되고 자극되려면 우리 사회는 개인적 P-창조성과 심각한 S-창조성을 자극하고 육성하여야 한다.
지난 1월 중순부터 나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쏘시얼 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몇 달간 맨해튼에 머물고 있다. 컬럼비아에 머물면서 나는 참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경영대학원의 사회적 기업과 혁신에 대한 새로운 혁신적 교과과정 경험, 법학전문대학원의 딜메이킹 프로그램 경험, 경영대학원 케이스워크스에서 컬럼비아 교수들과 사례를 개발하는 경험, 이 곳에서의 경험은 아주 짧지만 2년 반 전 풀브라이트 연구원으로 머물던 펜실베이아대 와튼스쿨과 비교하면 아주 다른 것 같다. 컬럼비아는 연세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듯이 뉴욕이라는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수없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들끓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다시 만난 번트 슈미트 교수와는 서울시향에 대한 케이스 작업을 하면서 그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 마케팅 교수로서의 강의 노우하우를 배우고 있다. 곧 완성될 서울시향 케이스는 연세 경영전문대학원의 글로벌 MBA 과정에서 처음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오는 7월 말에는 서울시향 이팔성 CEO를 초청하여 번트 슈미트 교수와 함께 첫 강의를 하게 될 것이고 9월에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Market Innovation이라는 과목에서 컬럼비아 MBA학생들이 이 사례를 통해 공부하게 될 것이다. 컬럼비아에 머물면서 나는 로워 맨해튼에서 골드만 삭스 로이드 블랑켄파인(Lloyd Blankenfein)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어떻게 골드만 삭스를 이끌어가는지를 참관하기도 하고, 컬럼비아의 쏘시얼 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 디렉터인 레이 호톤 교수와 매주 만나서 토론하며 매월 열리는 Staff 회의에도 참관하고 있다. 5월에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학장과 69년 졸업생인 헨리 크라비스(Henry R. Kravis)이 주최하는 2008년 Annual Dinner에 참석하였다. 여기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67년 졸업생인 러스 카슨(Russell L. Carson)이 “탁월한 리더십상”을 수상하였다.
러스 카슨의 딸이며 쏘시얼 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의 Advisory Board 위원인 쎄실리 카슨이 이사로 있는 홈리스 자활지원기관 The Doe Fund의 졸업식에 참석하여 홈리스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느끼기도 하고, 컬럼비아 지구연구소장이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Special Advisor인 제프리 삭스 교수의 새로운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주장을 듣기도 하고, 컬럼비아 런치타임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하였다. 연세 상남경영원의 수요음악회와 비슷한 캠퍼스 음악회인데 연주자들 바로 앞에 앉아서 들은 퍼시피카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사중주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맨해튼 K-타운에서 연세 동문들도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박태옥(경영 73, 하나회계법인 대표), 박철규(경영 73, SK USA President & CEO), 유영욱(경영 73, Chain & Fantasia 회장), 이종흠(경영 73, 신한은행 아메리카 President & CEO)은 반가운 동기동창들이었고 그들과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컬럼비아에서 연세 경영 출신으로 미국 GE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제자와 메이저리그싸커에서 마케팅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제자도 만났고 연세 경영 학부생으로서 미국 워싱톤 DC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제자들도 만났다.
이제 나는 다시 가을학기 연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가을학기에 연세에서 사회적 기업과 혁신이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새로이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강의에 접목시키기 위해 준비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다양성을 용인하는 실험정신과 투철한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다. 우리에겐 커다란 물길을 되돌릴 수 있는, 다양성을 용인하는, 실험정신과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의적 빅씽커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글로벌 비전과 창의성, 윤리성을 갖춘 빅씽커를 육성하는 교육시스템에 대하여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경영리더의 교육에 연세 경영이 가장 앞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