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호 뉴스레터
봄
[건물 신축 기금]
[경영대 발전기금]
LIFE | 테마기사 - 디자인 경영 1. 바로 알기, 그리고 현 좌표

21세기는 흔히 '감성과 창조의 시대' 라고들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 마케팅의 구루 세스 고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 전 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르기 까지, 2000년대에 들어 기업 경영에서 '디자인'을 창조와 혁신의 원천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디자인 경영' 이라는 개념은 사회 곳곳에서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더 이상 아니다.

우리 대학의 비전은 '창의적인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번 뉴스레터 테마기사로 창조적 비즈니스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조명 받고 있는 '디자인 경영'을 주제로 설정하였다. '디자인 경영' 테마기사 첫 회에서는 '디자인 경영'의 전반적인 개괄을, 두 번째 회에서는 유럽의 디자인 경영으로 유명한 학교 커리큘럼의 소개를, 그리고 이어서 디자인 경영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다룰 계획이다. 이번에는 2007년에 DEMA (Design Management) Studio를 설립하고, 2008 iF, Reddot Design Award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으며, 최근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유명 디자인 경영 커리큘럼을 탐방을 마치고 지난 2월 졸업한 정은기(경영 '02) 동문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 국내 최초로 '디자인 경영'을 테마로 한 동아리 'DEMA(DEsign MAnagement) Studio'를 설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소개해 주세요.
  • DEMA(디마) 스튜디오는 2006년 말 IDEO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되고 충격을 받은 것이 동기가 되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Design Thinking + Radical Collaboration = Innovation' 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현재 신촌지역 4개 학교, 23명의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Radical Collaboration 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DEMA는 4개 Sector: Design, Engineering, Business/Economics, Human Factor (심리학, 인문학, 교육학, 인류학 등)의 학생들을 균등한 비율로 선발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소속 전공은 13개로 매우 다양합니다.

    '디자인 경영' 이라는 분야 자체가 아직 그 틀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신선한 분야이기에 DEMA가 수행하는 활동들 역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세션으로는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에 소개되는 10가지 혁신가의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Innovation Mapping', 10년 전 IDEO사의 쇼핑카트 리-디자인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수행해 보는 'DEMA DIVE' 등이 있으며, 해외 유명 디자인 공모전을 함께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즐겁고 보람찬 순간들은 같은 대상을 놓고 서로 다른 전공의 친구들이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서로 공유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매 순간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인 경영' 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소 모호한 것 같고, 사람 마다 정의가 다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 먼저,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들은 연세대 생활과학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디자인 매니지먼트' 수업 내용과, 담당 교수이신 장영중 교수님의 연구 결과물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 '디자인 경영' 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은 결국 '디자인' 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중성을 띄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Design) 이라는 단어는 본질적으로 좌뇌적, 이성적, 체계적 개념인 '설계하다 (Planning)' 의 의미와 우뇌적, 감성적, 종합적 개념인 '스타일링 하다 (Styling)' 의 의미를 모두 내재합니다. 이렇기에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용법에 따라 한 쪽에 편향되어 사용되기가 일쑤이며, 이에 그 의미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미래 제안 (Future)' 개념과 '사용자 중시 (User)' 개념이 덧붙여 져야 합니다. 어떤 것을 '디자인 한다' 라고 했을 때, 그것은 절대로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에 대한 작업이 되므로 '미래적' 입니다. 또한 디자인 작업은 항상 대상물의 사용시 효용과 가치를 염두에 두기에 '사용자 중시' 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즉, '디자인 경영'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개념에 대한 명확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창조 경영'의 원천인 '디자인' 개념은 Planning + Styling + Future + User 의 4 가지 개념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경영' 적 시각에서 이는 나아가 '좌뇌적 사고체계와 우뇌적 사고체계를 디자인을 통해 통합한다' 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디자인 경영' 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요?
  • 협소한 의미의 '디자인 경영'은 'Styling + Management'로서, 결국 제품의 외관 (Form/Appearance)을 아름답고 예쁘게 만드는데 치중하는 경영 방식입니다. 하지만 광의의 '디자인 경영'은 Planning, Styling, Future, User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위에서 소개한 디자인의 우뇌적 속성과 좌뇌적 속성의 균형에서 그 본질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영 활동은 합리적, 체계적, 선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는 후기 정보화 시대에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에 큰 임팩트를 주는 창조와 혁신을 일궈내기가 다소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완전히 다른 쪽인 직관적, 감성적, 종합적인 사고 방식에서 그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 광의의 '디자인 경영' 개념의 출발입니다. '디자인 경영' 은 감성적 본질을 온전히 살리면서 이를 기업 경영의 합리적 프로세스에 내재화 시켜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창조와 혁신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광의의 '디자인 경영'은 '디자인 적 사고 방식을 경영 활동에 접목시키는 일련의 혁신 추구 방법론'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렇다면 '디자인 경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창조성과 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하세요?
  • 먼저 아래 두 그림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왼쪽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과즙 짜는 도구이며, 오른쪽은 물이 부족한 빈민국에서 사용하는 즉석 정수기 입니다. 협의의 '디자인 경영'은 왼쪽과 같은 결과물이 그 목적이겠지만, 광의의 '디자인 경영'은 오른쪽과 같은 결과물이 그 목적입니다. 후자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 예술적인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빈민국 국민들의 삶의 context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 그들의 암묵적인 니즈를 캐치하고 이를 실체화하는 능력, 해당 컨셉을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능력들은 절대로 한 사람이 모두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이에 진정한 '디자인 경영' 적 작업은 필연적으로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인 작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미국 팔로알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IDEO 사가 되겠습니다. IDEO사는 세계 최초로 마우스와 PDA를 고안하였을 뿐 아니라, P&G의 숱한 생활용품 용기, 삼성전자의 Syncmaster 등의 디자인을 맡고 있기도 하며, 최근에는 병원의 프로세스 개선과 기업 조직의 혁신전략, 문화전략 컨설팅까지 맡고 있는 세계 제일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입니다. 이 IDEO에는 디자이너 뿐 아니라 엔지니어, 마케터, 경영 컨설턴트, 나아가서는 심리학자, 언어학자, 문화인류학자들까지 다양하게 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다양한 인력들이 배치되어 디자인 문제를 해결합니다.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10년 전부터 몸소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 '디자인 경영' 을 잘 하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기본적으로 진정한 '디자인 경영' 적 접근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함께 협업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성에 대한 개방적 마음가짐' 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개방적인 마음가짐만으로는 시간과 리소스의 제약 하에서 혁신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내기 힘이 듭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는 것은 '번역가 (translator) 적 마인드와 소양'을 갖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사고 체계와 언어는 엔지니어, 마케터, 그리고 비즈니스 매니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에 다학제적 팀으로서 함께 효율적으로 일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사고 체계와 독특한 관점을 이해하고, 각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디자인 경영'적 인재가 태어나는 곳은 학부 체제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경영 분야를 하나의 언어로 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언어를 처음 접하는 나이의 2배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그 언어를 완전히 마스터 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굳이 마스터를 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자신의 분야 쪽으로 뇌의 신경체계가 굳어지기 전에 다양한 분야의 사고체계, 관점 및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연세 경영 수업에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수강 신청하여 수업을 듣고 있으며, 일부 과목들에서는 다른 전공 학생들과의 조모임을 장려하여 최대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경영학과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생활디자인학과나 공과대학 수업에 참여하여 다른 분야의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Address : 120-749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  연락처 : 02-2123-5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