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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디자인 경영 2. 선진 대학의 디자인 경영 교육 현장을 찾아서

우리 대학의 비전은 '창의적인 비즈니스 리더의 양성'이다. 이에 연경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15호부터 최근 창조적 비즈니스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조명 받고 있는 '디자인 경영'을 테마기사로 다루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의 '디자인 경영 개괄' 에 이어 해외 유명 대학에서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창조 경영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DEMA (Design Management) STUDIO의 정은기 (경영 '02, 삼성전자) 동문과 원경남 (경영 '04) 학생이 유럽과 미국의 유명 디자인 대학들을 찾았다.


》 네덜란드 Delft University, Master of Industrial Design Engineering (IDE) Program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은 특히 유럽의 3대 공과대학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에 델프트 대학의 산업 디자인 석사과정도 역시 산업 디자인 '공학' 과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건물에 들어서면 누구나 놀랄만한 것이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홀 정 중앙에 위치한 각종 공작 도구들과 조모임 테이블. 처음에는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 할 법 하지만 5분 정도 학생들의 양태를 가만히 관찰하면 자연스레 그 이치를 깨닫게 된다. 다같이 모여 컨셉을 발상해 내고, 바로 옆의 기구들을 활용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도의 거의 모든 면을 뒤덮고 있는 학생들의 작업 결과물들이다. 전략적 제품 디자인 (Strategic Product Design) 커리큘럼 디렉터인 Frido Smulders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 인류의 모든 디자인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이 이 빌딩 안 벽 어딘가에 붙어있을 겁니다." 신제품 마케팅을 가르치는 Erik Jan Hultink 교수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무언가를 상상해 내면 반드시 시각화 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종이에 그려지고, 벽에 붙여져서 모두에게 공유될 때, 그 아이디어는 몇 배로 강력해집니다."
IDE 커리큘럼의 핵심은 과정 3년 차에 진행하는 IDP (Integral Design Project) 과정으로, 이는 과정 3년 차에 접어든 학생들이 6-7명이 한 팀이 되어 6개월간 실제 NOKIA, B&O, LEGO, BMW 과 같은 유명 회사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팀은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로 구성되며, 학교에서 별도로 마련해준 개별 스튜디오로 출근하여 실제 회사의 디자인 컨설턴트로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IDE과정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Dirk Snelders 교수는 말한다.
"혁신을 실제로 이루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거창한 이론이나 프레임워크가 아닙니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팀, 그리고 그 팀원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성과를 일구어 낼 때의 그 경험이 다음의 혁신을 위한 최고의 방법론입니다."


》 핀란드 International Design Business Management (IDBM) Program

IDBM은 핀란드의 헬싱키 경제/경영대, 공대, 미술/디자인 대학의 협동 과정으로 1995년에 '디자인 경영'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규 석사 과정으로 정착시킨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는 3개 대학 석사 과정 학생들이 경영/공학/디자인 비율에 맞게 참여하여 진행되고 있지만, 곧 학부로 그 영역을 넓힌다고 한다. Delft의 IDE 과정과 마찬가지로 IDBM 학생들은 다양한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기업의 실제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고, 이를 논문으로 작성하게 되어있다.
경영, 공학, 디자인과 같이 전혀 다른 분야의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문제는 없을까? 현지 유학생에게 물으니 아래와 같이 답한다. "경영, 공학, 디자인은 서로 다른 사고체계 입니다. 더구나 석사들의 경우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상태이기에 본성과 시스템 상 협업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이곳 IDBM 과정에서는 필수 과정으로 'Design & Creative Teamwork' 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협업하기에 앞서 서로가 서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및 사고방식을 조율함과 동시에, 팀의 창의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가도 담당 교수들은 항상 Team Chemistry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IDBM 역시 인상적인 작업 공간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것은 헬싱키 공대에 위치한 Design Factory 이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룰이 하나 있다. 모든 방에 커피포트를 따로 놓는 것을 금지하고, 다같이 모이는 장소에만 커피포트를 설치한 것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오픈된 장소로 나와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을 의도한 것이다. 지하에는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벤처기업의 사무실이 있고, 대 강의장에서는 노키아와 같은 유명 기업의 임원들이 와서 디자인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한다.


》 미국 Stanford Design School (D.School)

스탠포드 디 스쿨(D.School)은 IDEO의 창립자인 데이빗 켈리가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최근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 대학원이다. 아직은 별도의 학위를 수여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타 대학원생들이 일정 기간 동안 참여하여 수강할 수 있는 Attachment 형태로 현재 운영 중이다.


디 스쿨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큰 냅킨. 이 냅킨 낙서는 스탠포드 디 스쿨의 설립취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스탠포드 디 스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Chat Room, Hurdle Room, Prototype Room, Green House, The Situation Room 등 스탠포드 디 스쿨 내부는 독립적이면서도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열린 공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모든 공간마다 이름이 주어져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 스쿨 내의 모든 공간은 언제 어디서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벽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리 정연한 아이디어 구현 프로세스가 담겨져 있었고, 본연의 흰색을 다 잃고 까맣게 변해버린 화이트 보드를 보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들이 주고 오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즉, 건물 내 모든 공간이 아이디어 스케치를 위한 큰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서로 모여 창조적 발상과 협업 (Radical Collaboration) 을 해 나가는 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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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속도감 있게 구현하고, 이를 현실 세계에 적용해 나가고 있는 델프트 대학의 IDE 과정. 최초로 경영-공학-디자인의 핵융합을 정규 과정화 시키고, 지금도 세 분야의 시너지 창출 방법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들의 IDBM 과정. IDEO의 'Radical Collaboration / Focused Chaos' 철학을 담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탠포드 D. School - 세 학교 모두 디자인을 전통적인 예술(Art) 의 영역에서 인류를 위한 혁신(Innovation) 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면서, 창조 경영을 암묵적으로 실천할 줄 아는 미래형 인재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배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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