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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한은주 대학원생,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
-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를 첫걸음으로 진정한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받기 어려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과정 4학기인 한은주 학생(마케팅 전공 09)이 수혜 받게 되어 연세 경영의 자랑이 되고 있다. 풀브라이트재단은 박사 지원자들을 매년 20명 가량 선발하여 학비, 보험료, 항공비, 생활비와 책 구입 등으로 연간 약 4만불 정도의 금액을 2년 동안 지급하고 있다. 미국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며, 합격시 풀브라이트에서 인증한 추천서와 함께 학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교 3개를 미국 국무성에서 직접 어플라이 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외부 장학 재단들에서는 심리학, 사회학 등 인문학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경영학 박사과정 지원자에 대해서는 많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금에 경영학 박사 지원자로는 유일하게 장학금을 받게 된 한은주 학생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먼저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장학금을 지원하게 된 계기와 성공 비결이 궁금합니다.
-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서류 접수 시기는 매년 7월 초 입니다. 모든 서류 작성 과정과 면접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형 과정을 치르고 나니 이 장학금은 정말 연구에 초점을 맞춘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 같았습니다. 최종 면접때는 한미교육위원단 단장님을 포함해 약 10명이 넘는 교수님들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모두 포함)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셔서 약 20분 동안 많은 질문을 하시는데, 거의 연구 주제 및 워킹페이퍼에 대해 물어보시고, 석사논문 주제와 방법론에 대한 질문들을 하셨습니다. 연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석사 3학기를 그냥 보낸 사람이라면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수혜가능성은 조금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단, 흥미 있는 연구주제가 있고 적어도 프로포절 형태로라도 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둔 것이 있다면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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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원하는 과정은 마케팅 소비자행동 박사과정으로, 매 해 각 학교에서 약 1명~2명의 학생만을 뽑는 (대개 많은 경영학박사 과정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입학이 매우 어려운 과정 중 하나입니다.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외부 장학금을 지원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요즘 경영학 박사과정은 분과별로 대개 1~2명의 소수인원을 뽑는 대신 이들에게 5년 동안 full package로 장학금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외부 장학금이 있으면 학교에서 일단 학생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정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뿐 만 아니라, 한국에서 학사와 석사를 한 경우 이 학생에 대해 미국 대학의 admission committee에서 확신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은 미국에서도 매우 잘 알려져 있어서, 이 장학금의 수혜자라면 상당한 연구 실력을 갖춘 훌륭한 학생이라고 평가되어 admission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제가 이 장학금에 지원했던 목적은 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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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 및 대학원에는 학업을 꿈으로 하여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후배들에게 앞으로의 조언과 충고를 해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저는 마케팅 박사 지원자이기 때문에 마케팅의 관점에서만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도 약 2년 정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는데, "밖에서 하는 실무 마케팅의 허무함" 을 달래줄 곳으로 학계를 선택하시는 것은 굉장히 큰 실수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학계에서의 마케팅과 실무에서의 마케팅은 정말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지는 서면으로 하나하나 설명 드리기는 어렵네요. 약 2년간의 컨설팅 경험과 지난 3학기 동안 공부했던 것을 토대로 말씀 드리면 "논문에서 아직 다루어 지진 않았지만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조명" 보다는 "인간 혹은 사회 그 자체의 밝혀지지 않았던 근본적임에 대한 발견과 해석"에 흥미를 가지셔야 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전자는 컨텐츠의 느낌이고 후자는 궁극적인 지식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먼저 박사 유학을 가신 선배님들 말씀으로는 "초록만 읽어도 모든 내용이 다 파악되는 뻔한 논문만 쓸 줄 아는" 박사를 "잉여박사" 라 칭하시던데(참으로 무서운 단어입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심리학적 토대를 아주 탄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공부하고 계신 선배님들 말씀으로는 경제학 백그라운드도 상당히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학부에선 경영학(주전공)과 경제학(부전공)을 공부했는데, 석사과정으로 경영학 중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초반에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Human fundamentals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마케팅의 해외 탑 저널 (Journal of Marketing,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에 나오는 논문 수준의 연구 주제들을 생각해 낼 수 조차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석사과정에서 심리학 석사 학생들이 듣는 심리학 과목 학점 이상으로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심리학 논문들을 읽고 세미나를 듣고, 심리학과 학부생들이 읽는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저는 학부 때 심리학 입문 외엔 심리학 과목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심리학 석사과정의 수업을 들으면서 심리학전공 학부생이 보는 교과서까지 함께 공부해야 했습니다) 마케팅 쪽 탑 저널들의 약 5년~8년치를 섭렵하시면 2년 안에도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떠오르고, '마케팅 연구는 이런 쪽에서 접근해야 정통파가 되는구나'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배님들 말로는 박사과정 입학 전 2년 반 동안 관심세부분야 3~4 영역에 걸쳐 500개의 논문들을 읽고 오면 만사형통이라 하시던데, 500개가 말이 500개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통계공부도 수업뿐만 아니라 다른 소스를 통해 틈틈이 많이 해두시면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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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주 학생의 향후 계획과 앞으로 연구자의 길을 가실 텐데요. 마케팅 분야에서의 세부적인 관심 분야가 궁금합니다.
- 저는 학문으로서의 마케팅을 단순히 "기업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혹은 원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여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와 호의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 하는…" 의 식으로 정의 내리는 것은 상당한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혹은 본인의 연구주제에 따라 마케팅을 정의 내리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는 마케팅을 소비환경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근본적인 사고, 감정, 행동의 predictable한 발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상당히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러한 비이성적 사고와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predictable하게 나타나기도 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소비영역이기도 합니다. 상기 정의한 일반적인 마케팅의 정의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사고과정, 감정 양상, 이 둘의 interplay와 decision making 프로세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필요성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마케팅 내 소비자 행동 안에서도 Consumer judgments and decision making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perception of time versus money, Variety seeking behavior under depleted self-regulation, Conscious and unconscious purchase decision making에 관심이 있고 또한 이 주제들을 consumer happiness and well-being과 연결 지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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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를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여정이 남긴 하지만,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교수님 및 지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먼저, 지도교수님이신 이동진 교수님께서는 지난 2년 동안 제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셨습니다. 조교일을 제외하면 로드가 큰 일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논문들도 많이 읽고 생각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아주시고자 노력하셨던 점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서와 함께 제출했던 워킹페이퍼 역시 장학금 수혜에 큰 역할을 했고, 면접 때도 많은 관심을 샀었는데 이 워킹페이퍼의 발전에는 마케팅 분야의 박세범 교수님께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케팅 실험방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평소에 고민했던 아이디어를 조금 발전시켜 갔었는데, 박 교수님께서 실험으로 연결시키는 고리들을 잘 찾아주시고 실험 디자인도 많이 봐주셔서 재미있는 연구 하나가 탄생되는 중입니다. 교수님께서도 이번 풀브라이트 지원에 추천서를 작성해 주셨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마케팅 분과의 박세범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편, 실질적으로 저의 연구주제의 구체화 및 발전, 그리고 지칠때 마다 힘이 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바로 심리학과의 김민식 교수님과 통계학과의 이학배 교수님이십니다. 김민식 선생님 수업을 두 학기 간 연속으로 들으면서 인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인지 및 감각 (시각 등)이 미치는 영향을 아주 구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마케팅 분과에서 "근본적임, 혹은 바람직한 마케팅 연구의 core concept"을 탐구할 기회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던 제게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힘을 주시고 지식을 전파해주셨던 분이시며, 구상해 가는 실험 방법 등을 하나하나 봐주시며 academically rigorous한 방식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게 도와주셨던, 저에게는 정말 참 스승이신 분입니다. 다른 과에서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이 연구자가 되기를 열렬히 꿈꾼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선생님께서는 제게 많은 믿음과 도움을 주셨고 이제는 그것이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식 선생님께서도 이번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 때 추천서를 써 주셨던 한 분이십니다. 이학배 교수님께서는 어렵기만 한 통계를 "느끼게" 도와주시는 데 정말 큰 힘이 되어주신 분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마다 힘을 낼 수 있게 일으켜 주셨던 삼촌 같으신 참 스승님이십니다. 항상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제가 한 발 한 발 앞으로 디딜 때마다 더 조심하고 세심해 질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두 분께서 제가 이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정말 많이 축하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었는데, 박사 입학허가가 최종적으로 나올 내년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결과는 어떠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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