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은 지난 11월 16일 오후 6시 30분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7층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 고은 시인 초청 북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時, 삶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한 이번 북 콘서트는 말과 글, 모국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시문학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콘서트는 고은 시인의 인생을 이야기 하는 잔잔한 동영상과 함께 시작되었다. 팔순의 나이에도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어 김현성 작곡가가 고은 시인의 시를 아름다운 선율로 읊어 시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김현성 작곡가는 한국의 많은 시인들의 작품에 곡을 붙여 한국의 시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큰 박수 속에 등장한 고은 시인은 “밖에 비가 오네..” 라는 날씨 얘기로 분위기를 가볍게 돌린 뒤, 실례를 무릅쓰고 비판을 먼저 하겠다고 하여 주위를 환기 시켰다. “여러분, 다른 나라 대학생들은 책을 먹고, 책으로 숨을 쉽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부분 책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인은 책을 일평생 임금의 얼굴 조차 보지 못하고 죽는 조선시대 궁녀에 비유하면서 “말도 글도 누군가와의 만남 없이는 그저 기호로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시체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언어가 무시 받고, 탄압받던 시절을 회상한 고은 시인은 “나는 여러분과 달리 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언어는 그냥 한국어가 아니라 절절한 모국어”라고 강조하면서 외국어에 밀려 우리의 모국어가 천대받는 세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의 소중한 모국어인 한국어를 지키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한국어는 결국 사라지고 학자들에 의해서만 연구될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많은 시인들이 요절했습니다. 여러분의 선배인 윤동주 시인처럼 역사 속에서 쓰러져 간 여러 시인들의 삶을 이어가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많은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많은 고뇌를 하고 삶을 마쳤음을 알고, 한번쯤은 그들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특히 연세대 경영대 학생들에게 “나는 교훈을 주는 것 보다 여러분에게 여러분의 삶을 살아 가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모방하거나 교훈을 얻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용빈(경영 09)학생은 “음악과 강연, 대화 많은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너무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나의 삶 자체를 돌아보게 된 2시간이었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문민수(경영 08)학생은 “그 동안 학점, 영어성적 등 소위 스펙에 목매느라 인문학을 너무 소홀히 대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나의 촉촉한 감성을 되찾기 위해 오늘부터 다시 시집을 펼쳐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엄영호 경영대학 부학장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과 교보문고가 함께 주관하는 연세리드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학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그 소양을 키우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북콘서트는 연세대 경영대학이 지난 2010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과 교보문고가 맺은 ‘연세리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연세리드 프로그램’은 저자 초청 세미나, 추천도서 선정 등 학생들의 인문학적 통찰력과 상상력 함양에 힘써 왔다. 그 동안 연세대 경영대학은 교보문고와 공동 주관으로 작가 조정래와 공지영, 사바나미술관 관장 이명옥, 외화번역가 이미도, 방송인 김어준을 초청하여 저자 특강을 펼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