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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준 교수 정년퇴임 기념 인터뷰 |
김인준(재무 전공) 교수는 1985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NYU 경영대학원에서 6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15년, 그리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8년을 재직하다가 2014년 8월 말로 정년을 맞이 하였다. 국내 금융공학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김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을 쏟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후학들이 각자가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를 위해서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랜 기간 몸담았던 연세대학교를 떠나는 소감과 미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박사과정 시절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고, NYU 경영대학원에 조교수로 부임하게 되어 기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흘러서 정년을 맞이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먼저 29년간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고 무사히 퇴직하게 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총명한 인재들을 제자로 두고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로서 대단한 축복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은 저에게 현대자동차 석좌교수라는 과분한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후의를 베풀어 주셔서 좋은 환경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후의에 보답하지 못하고, 경영대학 발전을 위해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퇴직하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퇴직을 영어로는 ‘re-tire’라고 합니다. ‘tire를 다시(re) 갈아 끼운다’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Tire를 갈아 끼우면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년퇴직이 아직까지는 큰 생활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당분간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할 예정이고 연세대학교에도 아직 제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제가 지도하던 박사과정생 중 아직 졸업논문을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졸업논문을 조속히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학문적으로 끝내지 못한 일들이 있습니다. 지금껏 여러 주제를 다루었지만 여전히 정리하고 싶은 이론이 몇 개 있습니다. 그것들을 마무리 할 생각 입니다. 재무분야 학문에 계속해서 발전과 도움이 되고 싶은 작은 욕심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마무리 되고 여력이 남아 있으면 제가 젊은 시절 좋아하던 사진, 바둑 및 골프 등을 즐기려고 합니다. 또한 가족과도 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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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만은 훌륭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교수님의 큰 업적을 마음껏 자랑해 주세요.
- 제가 교수로 재직한 29년 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 파생금융상품을 다루는 금융공학이라는 학문을 한국인으로서는 앞서서 연구하게 되었고, 국내에 도입하는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금융공학 MBA 과정을 개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2006년 연세대학교로 오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금융공학 과정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도 금융공학 트랙이 포함된 금융 MBA과정을 개설하여 지금까지 금융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기여를 하였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파생금융상품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금융상품을 다루는 전문가에게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 상식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수로서 곁눈질 하지 않고 순수한 학문의 전당을 지키기 위해서 연구와 교육에만 전념하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저의 꿈은 학문적으로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기존의 재무 이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이론이 틀렸다는 예들(Examples)을 제시하려는 시도를 제 지도교수가 보고 제게 ‘Mr. Counter Examples’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모든 주제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자세는 연구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러한 마음의 자세를 오랫동안 견지하였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제 역량이 모자라서 제 꿈을 완전히 성취하지는 못하였지만 부분적으로는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미국에서는 교수와 제자와의 관계도 사무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NYU에서 교수로재직하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제지간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비교될 정도로 매우 깊은 관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으로 한국에서는 교수로서 제자를 기르는데 큰 보람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KAIST에 재직하는 동안 많은 박사를 배출하였고 아직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2007년에 입학한 금융 MBA 학생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2007년에 새로 시작하는 과정이었으므로 학생들도 개척자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서 성실하고 진지하게 학업에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와 강의를 도와 준 연세대 경영대 박사과정생들, 특히 김소정 양과 이동행 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이 앞으로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나 발전방향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 우리나라 경제는 짧은 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도 이러한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인재를 많이 배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기업이 하는 것을 잘 배우고 충실히 따라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였으나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앞서려면 기업 경영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창의적인인재를 배출해야 합니다.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이 창의적 인재 양성을 미션으로 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를 길러주는 것도 창의적 인재 양성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과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우리나라의 경제는크게 성정하였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사회 진출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전념하고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수 백대 일이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젊은 사람에게 사회 진출이 어려운 경제구조는 기성 세대의 책임으로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선택 받은 사람들입니다.학교를 단순한 취업과정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각자가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우리나라 경제와사회를 위해서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전쟁의 영웅인 맥아더 장군이 미 국회에서 한 고별사에서‘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Old professo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당분간 여러분 곁에 남아 있겠지만 서서히 사라져 갈 것 같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 근무하는 교직원 여러분과 재학생 여러분, 건강하시고 여러분들의 꿈이 성취되고 경영대학이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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