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오후 4시 대우관 각당헌 앞은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연세대 경영대학이 마련한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Chief Design Officer, CDO)의 “Product Design & Branding” 주제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다. 피터 슈라이어의 유명세가 실감났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성공으로 이끈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독일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Volkswagen과 Audi 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역임하였고, 2006년에 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어 기아차 패밀리 룩을 완성시켰다. 특히, 그의 지휘하에 출시 된 K5, Soul, Venga, Sportage 등은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Red Dot Design Award, IF Design Award를 지난 2년에 걸쳐 휩쓸었다.

강의에 앞서 박상용 경영대학 학장은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픈 특강을 개최하게 되었다”며 강연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 피터 슈라이어를 소개했다.

연단에 선 피터 슈라이어는 먼저 자동차에 의미를 부여했다. “자동차를 타는 경험은 자유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동차는 인생의 일부분이자 동반자이고 때론 소유자의 지위와 성공을 상징한다. 자동차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자동차가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미국은 큰 엔진을 장착한 SUV 같은 차가 대세인 반면 유럽은 작고 컴팩트한 스포티 웨건이 전형적이라며 미국의 영국의 차에 대한 다른 문화를 비교했다.

강연은 자연스레 브랜드와 디자인의 얘기로 넘어갔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누구나 기아차의 ‘호랑이코’로 불리는 패밀리 룩을 보면 기아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점에 집중하여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자 큰 자산이다”고 슈라이어는 설명했다. “디자인은 이 과정에서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의 일관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디자인은 단지 겉치장만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기술, 시장, 사회,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훌륭한 디자이너는 엔지니어링, 마케팅, 홍보, 판매, 경제 등 모든 것을 아는 제네럴리스트이다. 디자인은 보이는 것 그 이상이다””고 그의 생각을 밝혔다.

“기아의 디자인 전략은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과하지 않은 감성적인 디자인”이라고 슈라이어는 말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훌륭한 경영, 도전 정신, 그리고 좋은 사내 분위기도 기아차의 성공 요인들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최고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성공을 하는 가장 쉬운 도구는 여행입니다.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해하면서 영감을 얻는 것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밖으로 나가서 다른 여러 시장들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피터 슈라이어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울에 있는 기아의 디자인 센터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강연을 들은 송유진(경영 09) 학생은 “4학년이라 요즘 직업에 관련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피터 슈라이어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라는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아요”라고 했다. 남현진(경영 06) 학생은 “기대가 너무 컸는지 약간 단조로운 면이 있었지만 새로운 관점을 보게 해준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슈라이어의 조언대로 많은 경험을 통해 기회를 찾으려고 합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