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인센티브(Incentive)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인센티브(Incentive)
윤대희(연세대 경영대학 회계 전공)

우리는살면서만남과이별을반복한다.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서로를 탐색하면서 다가서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상대라 믿고 인연을 맺는다. 그러나 인연을 맺은 후에 서로를 겪어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가 내게 맞는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서로에게 확신을 가지고도 싶지만,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완전히 알리기도 쉽지 않고,상대의 마음을 완전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로막는다.

서로에게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는 서로 잘 맞는 상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언어는 항상 공허하고 credible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충분하지 못하면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이별을 하는 순간에도 이러한 이별의 결정이 과연 맞는 것인지 흔들리고, 떠나보낸 후에도 옳은 결정이었는지 항상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이러한 질문을 가끔 하게 된다. 과연 후회하지 않는 헤어짐이 있을까? 그리고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즉, Pareto optimal한 아름다운 이별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또 고민하게 된다.

혹시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보고 상념에 잠기는 사람이 있을까봐 밝혀두는데, 어디까지나 기업과 종업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와 맞는 fit을 가지고 회사에 commitment를 가진 직원을 만나기를 원하지만, 직원의 선발과정(Screening process)은 항상 완벽하지 않기에 선발 후에도 과연 이 직원이 우리 회사에 맞는 직원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많은 기업들과 학자들이 능력이 있는 직원을 뽑기 위한 선발과정(Screening mechanism)을 연구해왔지만 정작 채용 후에, 회사에 잘 맞는 직원을 보유하고, 맞지 않는 직원의 경우에는 다른 기업으로 옮길 수 있도록 내보내는 입사 후의 선별과정(Sorting process)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왔다.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짝인지는 한 눈에 알 수 없다. 서로를 겪어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가 잘 맞는지 fit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에 근거하여 기업 또는 직원은 이별을 결정하게 된다. 많은 경우에 fit에 대한 정보는 직원만이 가지고 있기에, 직원 스스로가 이별을 선언하지 않는 한 기업 입장에서 fit이 맞지 않는 직원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과 직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이별을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없을까?

미국의 Zappos라는 온라인 신발 판매 회사는 fit이 맞지 않는 직원과의 자발적인 이별을 끌어내기 위한 흥미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Zappos의 콜 센터의 모든 직원은 입사 후 몇 주간의 심도 깊은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트레이닝이 끝난 후 모든 직원은 자신이 원한다면 정식 채용이 된다. 하지만 본인이 퇴사를 원한다면 회사는 트레이닝 동안의 급여 외에 $1,000의 보너스를 지급하게 된다. 직원들은 트레이닝 기간 동안 자신의 적성과 회사의 업무가 맞는지 탐색을 하게 되고, 맞지 않는 경우 $1,000의 퇴사 보너스를 받으면서 회사와 자발적으로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1,000은 회사의 fit이 맞지 않는 직원의 자발적 퇴사를 위한 인센티브라고 하겠다. 직원은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직장을 찾아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떠나니 행복해지고, 회사는 업무와 적성이 맞는 직원만 고용하게 되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인텔은 2000년대 초반에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Un-Signing Bonus를 지급한 적이 있다. 유능한 직원을 유치하기 위해 Signing Bonus를 지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신입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Bonus를 지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텔의 경우는 경영실적의 악화로 대규모인원 감축을 계획하였고, 그 계획의 일부로 입사를 포기하는 신입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Un-Signing Bonus는 회사의 실적 악화와 고용 안정의 불확실성과 결합되어 많은 신입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입사를 포기하게 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Un-Signing Bonus를 거부하고 인텔에 입사를 한 신입직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지기도 전에 인센티브를 통하여 이별을 유도하였으나,이에 유혹되지 않고 소신대로 입사를 한 직원들은 정말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직원들이 아닐까?인텔은Un-Signing Bonus를 통하여 신입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입사 이전부터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Un-Signing Bonus 대신 입사를 선택한 직원은 회사의 이별 선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회사와 맞는 상대라는 강력하고 credible한애정의 시그널을 회사에게 보내준 것이다. Un-Signing Bonus를 거부하고 입사한 직원들의 회사에서의 성과를 추적해보는 것도 흥미있는 연구일 듯하다.

시오노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저는 훌륭한 제왕이기도 하지만 많은 연인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한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이별 후에도 시저는 이별한 연인들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는 것이다. 과연 아름다운 이별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서 시저의 이별의 mechanism과 인센티브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물론 항상 그래왔듯이 연구와 교육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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