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허대식 교수님의 지도 하에 있는 MSC (Masters of Supply Chain) 학회의 아산 현대 자동차 공장, 현대 모비스 공장, 그리고 현대 모비스 물류센터의 견학이 있었다. 이번 견학에는 학회 회원들뿐만 아니라 공급 체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학생들과 외국인 교환학생을 포함하여 42명의 학생이 참가하였다.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이뤄진 이번 행사에서 MSC는 현대 자동차 공장, 현대 모비스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의전팀이 아닌 실무진의 안내를 받으며 평소 학회 세미나 시간에서 토론했던 생산 방식을 직접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로 MSC는 일 주일에 한 번 있는 세미나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일본의 도요타 등 공급체인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에 대해서 토론해왔다고 한다.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진주 양은 “지식을 배우고 설명을 듣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정을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한 시간이었다.” 라고 전했다. MSC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삼성 계열사를 방문하고, 앞으로도 학기 중에 많게는 두 번까지 이번 행사와 같은 플랜트 견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래 내용은 견학에 참여하였던 동아리 회원의 답사기이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현실의 모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산다. 그래서 견문을 통해서 ‘사실’이라 믿고 있던 지식이 현실 앞에서 무너질 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이번에 MSC(Masters of Supply Chain) 학회에서 아산의 현대 자동차 공장과 현대 모비스 공장, 그리고 현대 모비스 물류 센터를 방문하게 되면서 필자가 느꼈던 감정도 또한 바로 그러한 충격이었다.
종래에 자동차 산업이라 하면 ‘대량생산 체제’의 가장 대표적인 산업분야로서 공장에서 같은 품종의 제품을 다량 생산하여 원하는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식의 생산체제라고 생각해왔다. Push system의 대표적인 예인데, 이러한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이 현대 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산에 위치한 현대 자동차 공장과 현대 모비스 공장의 의의를 먼저 설명하자면, 이는 곧 ‘연결되어 있는 생산 공정의 분절화’로 단정 할 수 있다. 현대 모비스 공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 역할에 대해서 생소해 하는데, 현대 모비스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만개의 부품들을 여러 개의 특정된 덩어리 즉, 모듈로 묶어 이러한 모듈을 생산하는 회사다. 즉, 종래에 수 만개의 부품을 공급자(Supplier)로부터 납품 받아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조립하던 과정을 따로 떼어내어서 현대 모비스 공장에서 모듈로 조립하고 이러한 모듈을 현대 자동차 공장으로 운송하여 하나의 완성된 차량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 유명한
이러한 ‘생산공정의 분절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분절된 공정을 담당하는 ‘공장’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그래야만 나중에 통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대 모비스 공장과 현대 자동차 공장은 같은 아산에서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특히 RFID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지리적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평균적으로 운송에 21분 가량 소요된다), 분절된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들어내는데 시간이 덜 소모되게 되고 또한 RFID를 통해서 모듈의 위치와 수량, 그리고 이러한 모듈이 필요한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RFID의 사용과 더불어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이 소위 말하는 JIS(Just In Sequence) system인데, 이는 널리 알려진 JIT(Just In Time)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JIT가 제때에 맞춰서 필요한 부품을 쌓아두는 것이라면 Just In Sequence는 제품 하나하나 마다 다른 요구사항과 요구부품들을 각각 파악하여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여 고객이 자동차를 ‘주문’하는 순간, 그 자동차에는 고객의 ‘ID’가 부여되고, 고객이 선택한 세부사항에 따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들에 또한 고객의 ‘ID’가 부여된다. 그러므로 고객 A씨의 자동차가 생산 공정에 들어가게 되면, 고객 A씨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에 고객 A씨의 ID가 부여되고, 이것들은 고객의 자동차가 완성되기 까지 긴밀하고 또 신속하게 작업된다. 그야말로 Sequence, 즉 연속성을 띈 하나의 Event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생산방식은 곧 종래의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을 뒤집는 것이다. 기존의 생산 방식이 Push system으로서 생산되어 구비되어 있는 차량을 고객이 구매하게 됨으로써 그 차량이 고객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면, 현대 자동차가 보여주는 생산 방식은 Pull System으로서 고객의 주문 그 순간부터 생산되는 차량에 고객의 정체성이 부여되고, 고객의 주문에 맞춰서 생산공정에 들어가게 된다. 즉, Customization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해 왔던 것, 즉 자동차 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무너뜨리고 다품종 다량생산으로서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개척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공정의 혁신은 곧 ERP를 통한 Supplier들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과 RFID를 통한 전반적인 Supply Chain 안에서의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Supply Chain Management의 변화가 자동차 산업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